마스다 미리 에세이 <차의 시간>

차의 시간.

제목 참 좋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 에세이다. 차와 디저트를 좋아하는 작가의 다양한 차의 시간을 그린 이 에세이에는 여유로움과 달콤함이 공존한다.

작가의 팬인 나는, 그녀가 차와 디저트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여느 작품들에서도 확인해왔었다. 디저트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을 냈을뿐 아니라, 여행이나 미팅 시에도 늘 디저트를 즐기는 생활은 그녀의 작품들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이 책에서는 차의 시간에 집중한다. 홀로, 혹은 누군가와 함께 찾은 카페에서의 시간은 사색과 대화를 오가며 전개된다. 마스다 미리 작품의 매력은, 그녀만의 위트를 확인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더하여, 같은 여성이 읽는다면 충분히 공감할만한 이야기들로 어우러져있기에, 마음의 위안을 찾는 듯한 따스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책의 초반에서 접했던 인상 깊은 문구 '허무함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는, 요즘 내 마음을 대변했기에 이렇게 기록해둔다. 그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허무함이라는 감정. 마음이 헛헛하고 뭔가 채워야할 것 같은데, 그게 막상 무엇인지 모르겠고, 뭔가를 해도 만족스럽지 못한 이 허무함의 감정은 아무리 채워도 달래지지 않는 것 같아 속상하다.

또 하나 공감됐던 문구. '우리는, 끊임없이, 타인 앞에서 자기표현을 하는 생물, 인지도 모릅니다.' 맞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스타일을 구사하고, 언어를 통해 그것을 표현한다. 내가 사람이라는 것이 다행이라 느껴졌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나 답답했을까, 하는 생각(물론, 동식물들도 그들만의 표현법으로 자신을 드러내겠지만).

이런 사색적 문구 외, 카페에서 겪은 소소하지만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접할 수 있는 것 또한 매력.
'한국에서는, 호자 한 개씩 디저트를 먹기보다 여러 가지 주문해서 함께 먹는 것이 보통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일본 카페에 가서 놀란다고 합니다.' 하하. 한국에서의 문화 충격을 드러낸 작가. 힘내요. 저도 디저트 하나 뚝딱할 수 있으니까요.

많이 공감했던, 그래서 무릎을 탁! 쳤던 문구. '슬슬 나가려고 생각할 때 '저기 빌 것 같아' 하는 눈으로 보면 일어서기 싫지 않나요?' 네!

'점심을 너무 많이 먹어서 초저녁이 되어도 위가 더부룩했습니다만, 목도 마르고 해서 카페에서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배가 불렀습니다. 위도 더부룩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만 디저트를 같이 주문해버렸습니다.' 밥배, 디저트배 따로 있는 거 아닌가요, 원래? 자책 말아요, 작가님. 다 먹고 살자고 하는 거잖아요.

그리고 서툰 과거를 드러낸 '솔직한'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시나몬 티를 처음 주문했을 때 시나몬 스틱이 함께 나와서 보통은 그걸로 홍차를 저어서 향을 냅니다만 서비스로 나온 초콜릿으로 착각한 나는 그걸 그만 깨물어버렸습니다.' 히히. 처음엔 그럴 수 있죠. :D

위 문구들에서 마스다 미리 작품의 매력을 어느정도는 가늠했을 것이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지만, 충분히 작품 속 소재가 될 수 있는 우리네 삶. 평범한 차의 시간이지만, 독자들에게 사색의 시간과 웃음을 선사하는 능력을 지닌 마스다 미리. 나는 이런 이유로 그녀를 사랑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책 <좋아요, 그런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