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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후시미 이나리 신사

제대로 만끽하려면 반드시 편한 신발을 착용할 것

후시미 이나리 신사의 상징은 여우다. 하여, '여우 신사'라 불리기도 한다.



많은 이들에게 <게이샤의 추억> 속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명소인 후시미 이나리 신사. 이곳에서는 1만 여 개가 넘는 토리이의 향연을 만나볼 수 있다. 전국 3만 2천개에 달하는 이나리 신사의 총본사인 이곳은, 일본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신사이다. 그래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들렀던 토요일에는, 관광객뿐 아니라 수많은 일본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청수사보다 몇 배나 많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을 만나고 왔다(물론, 청수사는 현재 공사 중이기도 하여 사람들이 덜 붐볐을 수도 있다, 시간 상의 이슈도 있었고).

확실하게 말해두고 싶은 건, 후시미 이나리 신사를 '제대로' 만끽하고 싶다면 '편한 신발(운동화나 등산화)'을 착용하라는 것. 여느 블로그에서 만나볼 수 있는 포토 스폿만이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의 상징인 주홍빛 토리이는 이나리 산을 잇는 숲길을 따라 이어져있다. 
즉, 신사 전반을 보기 위해서는 등산길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곳 전체는 (다행히도)계단 형태로 잘 닦여있어, 오르는 데 큰 무리는 없다. 하지만 여느 관광지보다 힘들다는 점은 각오하길 바란다. 약 4km에 이르는 길을 걸어 올라가는 동안, 다양한 형태의 묘지들과 신을 모시는 공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동 경로는 자유롭다.



산을 따르는 곳이기에, 중간중간에 연못과 작은 폭포들을 만나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지 않는 구석구석을 들어서면, 산세의 아름다움(가령, 고요함 같은 것)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오르는 동안 땀이 나면, 잠시 쉬는 것도 좋다. 그럴 때면, 산바람이 더위를 식혀주니까. 산새들의 소리도 크게 들리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가만히 소원을 빌어도 좋다.



정상까지 오르는 데는 2시간 가까이 소요되며, 다행하게도 중턱 쯤에는 요기를 채울 수 있는 작은 식당들과 목을 축일 수 있는 음료, 아이스크림, 맥주 등을 파는 가게들이 있다. 물론, 곳곳에 자판기들도 많다.

정말, 후시미 이나리 신사에 오면 세상 모든 토리이를 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토리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것 같은 정도다. 신을 모시고, 기도를 올리는 공간인 만큼, 이곳은 1,300여 년 간 일본인들의 순례지였다. 실제로, 수많은 계단을 오르내리는 동안 수행하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이곳의 토리이들은 나무로 만들어졌고, 주홍빛을 띤다. 주홍은 악을 쫓는 색으로 간주되어왔다고 한다. 실제로, 교토의 수많은 사찰 입구에는 주홍빛 토리이들이 입장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의 성공한 사람들은, 이나리 신사에 토리이를 기부하기도 한다고 한다. 토리이에 글귀들이 적힌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기부자들의 이름(별명)이라고 한다. 오르다 보면 토리이 가격이 적힌 팻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가장 큰 것의 경우 130만 엔이 넘었다.

늦봄에 들른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울창한 녹음과 어우러져있어 주홍빛 토리이들이 더욱 부각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나무 덕분인지, 뜨거운 태양볕도 어느 정도는 피할 수 있었다.



순례자의 마음으로 정상까지 올랐을 땐, 가슴 벅찰 정도의 뿌듯함과 함께 수행(순례)자의 마음가짐도 살:짝 느낄 수 있었다.



강렬한 토리이의 향연. 주홍빛 토리이 터널의 절정체인 후시미 이나리 신사. 이나리 신의 기운을 받았으니, 나의 앞날도 성공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 이나리 신(이나리 오미카미)은 일본의 비옥과 쌀, 농업, 여우, 공업과 세계적인 성공의 신이다.
* 후시미 이나리 신사는 24시간 개방돼 있으며, 입장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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