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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기온 거리

교토에 왔다면 빼놓지 않고 찾아야 할 곳, 기온 거리.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걸어서 방문했다. 앞선 포스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온 거리는 카모강에서 만난 일본인과 함께 걸었다. 기온 본토초 거리를 시작으로, 매 골목이 인상적인 이곳 일대에는 관광객은 물론이거니와, 술 한 잔 기울이며 저녁 식사를 즐기러 나온 일본인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하필, 내가 갔던 때가 금요일 저녁이라).



마이코와 게이코를 볼 수 있는 곳이기에 많은 교토 관광객들이 찾는 기온 거리. 일본인은 내게 기온 거리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골목으로 안내했다.



여느 골목과 큰 차이가 없어보이는 이곳이 왜 유명한지, 그 유명세의 이유를 묻고 있던 차에 웬걸! 화려한 차림새의 게이코가 걸어나오는 것이었다.



일본인과 함께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 광경을 놓쳤을 것이다. 골목이 유명하다 하여,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때마침 걸어나오던 게이코. 덕분에 나는 바로 옆에서 게이코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동행한 일본인에 의하면, 그녀는 가장 유명한 게이코들 중 한 명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이 게이코는 왠지 더 아름다워보였다. 그녀는 차량 앞좌석에 탔고, 뒷좌석에는 중년의 게이코가 동승했다. 게이코의 도도한 품행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 기온 거리를 걸으며 일본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나는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이 좋다고 고백하게 됐다. 이 말을 들은 동행자는 "오! 잘됐다. 이 근처에 쿠사먀 야요이 작품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서 나를 기온 거리의 한 현대미술관으로 데려갔다.



야외에 설치된 '노란 호박'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이다. 이 설치 작품은 사진 촬영이 가능하지만, 전시장 내부에서의 작품들은 촬영이 불가하다(한 두 작품 제외)고 한다. 작년, 나오시마에서도 바다를 뒤에 낀 '노란 호박'을 봤었는데, 교토에서도 이렇게 재회하다니…. 일본 대표 여류 예술가임을 다시 한 번 인지할 수 있었다.

동행자는 이색적인 곳이 있다며 나를 인도했다. 도착한 곳은 '야스이콘피라구(安井金比羅宮)'.



이곳에 들어서면, 악연을 끊고 좋은 인연을 불러온다는 바위를 만나볼 수 있다. 소원을 적은 후 바위에 붙이고, 이뤄지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 바위 구멍 사이를 들어갔다 나오는 의식을 해야한다는데-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여자친구와 찾은 한 남자는 의식을 진중하게 치르고 있었다. 기온 거리에는 여기 외에도 사찰들이 몇 군데 있다. 교토 시내 전역에서 사찰을 만나는 것은 쉽고 또 쉬운 일이다.



기온 거리에서 빠져나와 가와라마치 시조, 산조 거리로 향했다. 술집들이 즐비했고, 호객 행위도 장난 아니더라. 동행자는 한 술집 앞에 서서는, 유명 스모 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170cm의 작은 체구를 지니고 있지만, 스피드가 강점이라는 선수인데 내가 스모에는 문외한인지라...



여튼, 우연히 만난 일본인 덕분에 꽤 스마트한 기온 거리 투어를 마칠 수 있었다. 그와 함께가 아니었다면, 그저 그런 거리가 될 수도 있었다. 약 두 시간 정도 함께 걸으며 서로의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온 거리에서의 소중한 추억. 결코 잊지 못할, 아니, 잊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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