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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강

교토 시민들의 힐링 스폿

머무른 숙소가 가와라마치 산조역 부근인지라, 카모강을 수차례 봐왔다. 카모강은 교토인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힐링 스폿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가령, 서울의 한강 같은 구실을 하는, 뭐, 그런-



기온거리를 가기 위해 지나야만 했던 곳. 사실, 여행 때 구글맵을 활용하기보다는 행인들에게 물어 가는 걸 좋아하는지라, 이때도 숙소 직원에게 길을 물어 걷고 있던 터였다. 강 구경을 하며 지나갈까 생각하여, 입구로 들어서던 때 어떤 일본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사진 한 장 찍어도 되겠냐고.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 이 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다가만 올릴 거라고. 나는 흔쾌히 응답했고, 그렇게 그는 셔터를 몇 차례 눌러댔다. 내 사진기를 건네며 "내걸로도 한 장 찍어달라."고 했더니, 이렇게 사진을 찍어주더라.



이후, 인사를 한 후 발걸음을 돌리려 하는데 그가 "바쁘냐, 시간이 괜찮다면 네 사진을 몇 장 더 찍고 싶다."라고 하던 것. (약간의 망설임, 정말 약간이다) "좋아"라고 말한 후, "나는 기온거리를 가려던 참이다. 나를 안내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동행이 시작됐다.



기온 본토초거리를 들어서자 관광객들이 꽤 있었다. 기온거리에서의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할 생각. 기온거리를 구경한 후, 다시 카모강으로 돌아와 바닥에 앉은 채 우리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 나는 약 두 시간 정도를 함께 보냈는데, 카모강에서는 이같은 이야기를 나눴다. 호기심이 꽤나 많았던 그는, 얼마 전 있었던 남북정상회담에 얽힌 질문들은 던져댔다. 남한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냐고. 통일이 될 것 같냐고. 남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냐는 식의 질문들이었다. 또, 왜 하필 이번 여행지를 교토(일본)으로 택했냐는 질문도 했고, 요즘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을 'K-pop의 영향' 때문에 좋아하기도 한다는 말도 했다. 일본과 한국의 아픈 역사 때문에, 일본의 옛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인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한국인들 역시 그러하냐는 질문도 했다. 고배 출신이며, 지금은 오사카에 거주 중인 그는 오사카에 처음 왔을 때 오사카인들이 낯설고 싫었다고도 고백했다. 오사카인들은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큰 소리로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라는 이유와 함께. 나는 그에게 "오사카인들의 성향이 부산인들과 비슷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나는, "부산인들도 목소리가 크다."라고 답했다. 뭐, 이 외에도 한류 문화와 내가 좋아하는 일본의 문화와 예술 등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해질녘 쯤의 카모강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나같은 관광객들도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이 교토 시민들로 보였다.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담소 나누기 위해 찾은 친구들, 같은 곳을 바라보며 소소한 추억을 남기려는 연인들, 조깅이나 자전거를 타기 위해 찾은 운동족들, 정취를 그리기 위해 찾은 미술 학도(?) 등등. 나와 함께 이곳을 찾은 그는, "많은 소년(남자)들이 애인이 생기면 이곳으로 데이트 온다."라고 말했다. 이 말에 나도 웃으며 "우리도 한강에 간다."라고 답했다.



이곳으로 저녁을 즐기러 오는 이들도 있었다. 선선한 강바람과 함께 구워먹는 고기를 한끼 식사로 택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가격은 꽤나 비싼 편이라고 했다.




카모강은 다음날도 보게 됐다. 이 강은, 우리가 봐왔던 강과는 달리 세차게 흘렀다. 그리고 상당히 맑았다. 푸른 하늘에 반사되는 카모강의 아침 풍경은 그야말로 찬란했다. 덕분에 기분 좋은 하루를 맞이할 수 있었던 것.


가와라마치 산조, 스타벅스, 카모강 일대


아래 사진들은 청수사로 향하는 거리들이다. 깨끗함을 자랑하는 교토의 길거리. 또한, 교토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찰들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었다. '대책 없이 떠난' 나는, 청수사로 향하는 길 역시 행인에게 물었다. 친절한 행인은 자신의 직장과 같은 방향이라며 동행하자는 제안을 했다(무척 고마웠다). 이렇게 나는 또 친절한 일본인들에게 한 번 더 매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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