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판타지 로맨스 영화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이 영화는 판타지 로맨스다. 영화 속 상황은 일어날수도, 일어나서도 안 된다. '다행히도' 우리가 만나는 상황들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 일어나서는 안 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나누는 주인공들을 통해 우리는 '지고지순한, 운명적인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갖은 고난과 역경이 크고 쓰디쓸수록 사랑의 가치는 높게 평가된다. 비상식적인, 상상에서나 가능할 법한 '최악의 상황'에 처한 두 남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시작한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속 타카토시와 에미는 시간을 초월한 사랑의 주인공들이다. 지하철에서 에미에게 첫눈에 반한 타카토시. 때를 놓치면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것 같았기에, 용기 내어 에미에게 접근해 연락처를 묻지만 '휴대전화가 없다'는 답변을 듣고 만다. 그러면서 에미는 "내일 만나자"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에미는 타카토시가 있는 곳에 용하게도 찾아온다. 어찌됐든 즐거운 만남이 예상된다.



하지만, 사랑 이야기가 이렇게 순탄하게 이어질 리 만무하다. 이들은 '시한부 사랑'의 대상자들이다. 그런데, 이 사랑이 시한부인 이유가 재미있다. 바로, 에미의 시간이 역행하고 있다는 것. 쉽게 말해, 타카토시의 미래는 에미의 과거인 셈이다. 둘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의 주기는 5년이다. 그리고 둘의 나이가 같은 때는 스무살인 지금뿐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상황을 알게 됐지만, 둘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괴로운 건 사실이다. 둘이 함께한 시간이 공동의 추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서로를 괴롭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추억을 기록하고, 상황을 맞춰나가면서 사랑을 이어나간다. 그야말로 짠내나는 사랑이다.



아픈 결말을 알고도 이어나가는 사랑.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나는 서둘러 포기했을 것 같다. 그래야만 서로가 '덜 아플'테니까. 헤어질 수밖에 없는 명백한 사실이 있음에도 감정을 키워나가는 것도 쉽지 않을 성싶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얼마 전에 행했던 교토 여행 때문이다. 교토에 대한 그리움과 보다 많은 추억을 쌓기 위해 교토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을 찾다 알게 된 것. 실제로 영화에서는 내가 지나다녔던 곳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카모강, 가와라마치 산조 일대(산조대교와 거리), 후시미 이나리 신사 등. 교토에는 수많은 사찰과 신사들이 있다. 무언가를 염원하고 기리는 장소가 많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 영화의 촬영지를 교토로 설정한 이유들에는 주인공들의 사랑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깃들어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는 일본 전역을 뜨겁게 달군 작품이라고 한다. 160만부 이상 판매된 화제의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는 개봉 당시 한화로 약 180억 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였으니까. 이 영화를 보면, 시간을 초월한 사랑, 시간을 역행하는 인물을 다룬 다른 작품들이 많이 연상될 것이다. 그런 작품들과 비교하며 감상하는 재미 또한 하나의 매력 요소라 볼 수 있다.

로맨틱과 슬픔이 공존하는 판타지 로맨스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일본 로맨스 특유의 감수성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반길테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지루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버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