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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나를 치유하는 여행>

치유력을 지닌 국내여행지들

'치유'라는 단어는 이제 우리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개인마다 치유효과를 얻는 방법은 가지각색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치유력을 얻기도 한다. 사실, 여행이 주는 효능, 여행에 대한 감상, 여행 정보 등 여행과 관련된 책들은 수도 없이 많다. 너무 많은 여행책들이 있기에, 우리는 혼란에 빠진다. 어떤 책을 읽어야 할까. 독자들이 여행책을 찾는 이유들도 다양하다.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여행을 위한 정보 수집을 위해, 같은 곳을 여행한 작가들과의 소통을 위해, 여행 자체에 대한 타인들의 생각을 읽기 위해 등등….


책<나를 치유하는 여행>은, 제목처럼 저자가 여행을 통해 독자들에게 치유의 효과를 전하기 위해 탄생됐다. 시인이자 전직기자였던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재능을 유연하게 발휘해낸다. 국내 여행지들을 걸으며 사색한 것들을 시(詩)로 압축시키고, 각 여행지들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 숙박 및 먹거리 등에 대한 정보를 수록해둔다.



책의 대부분은 저자의 사색으로 채워져있다. 여행지를 걸으며 느끼는 바를 정리하면서 저자 스스로도 치유되어간다는 것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은 허영심 없는 여행에세이다. 많은 여행에세이들은, 지나친 감상에 취해있는 탓에 독자들의 공감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호준 작가는 과장이나 망상이 아닌 정직한 걸음과 사색으로 독자들과의 소통을 꾀했다. 결국, 이 소통이 독자들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데 큰 몫을 한 셈이다.


책에서 소개된 국내 여행지들은, 마음만 먹으면 주말을 활용해 다녀올 수 있는 곳들이다. 물론, 조용한 분위기와 깊은 사색을 원한다면 인적이 드물 때 가면 좋겠지만, 현실과 타협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독자들도 실행만 한다면 충분히 내면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곳들이다. 특히, 소개된 여행지들은 저자가 '바느질하듯 누비고 다녔던 곳'이므로 더욱 신뢰가 된다.


필자가 이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것은, 지난 날 나 역시 다녀 온 장소들이 많이 소개돼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의 행적을 떠올리며 저자와의 깊은 소통을 할 수 있었다. 공감의 힘은 무섭다.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발걸음은 소개된 여행지를 걷고 있는 듯한 감흥을 선사받았으니까. 책에도 소개됐고, 필자도 가본 곳들 중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개심사'다. 다른 유명 여행지들에 비해 한없이 소박하고 그래서 소탈하지만, 나 스스로는 이곳 주변에서 재탄생의 기분을 느꼈었다.


소개된 여행지들 모두는 '자연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들이다. 또한, 걸어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들이다. 자연 안에서 자신의 두 발로 걷고 그 속에서 자신만을 위한 사색에 젖는다는 것. 결국, 이것이 치유법의 핵심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치유력을 만끽하고 싶다면, 책에 소개된 장소들을 찾아보길 권한다. 결국, 자가치유는 자기 의지와 성찰에 달려있음을 마음 속에 새기면서 말이다.



[책 속의 한 줄]


무겁다고 투덜거리며 지고 온 내 고통이 얼마나 사사로운지 알 것 같다.

타인의 삶의 무게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가벼이 하는 건 비겁한 일이 아니다. - 15쪽


갈대밭은 경계를 허무는 곳이다.

안으로 숨어들면 그 누구의 눈에서도 벗어날 수 없는 익명성이 주어진다.

그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다.

길이란 길을 다 지우고 나면 모두가 길이 되기 마련이니. - 16쪽


온몸에 힘을 빼고, 포장된 나를 벗어던지고 걷는다.

'내가 누군데…'하는 도시에서의 허세가 고통의 근원이라는 것을 안다.

세상은 허세를 받아줄 만큼 녹록한 곳이 안다. - 26쪽


길은 풍경을 완성한다.

아무리 삭막한 풍경이라도 길 하나가 들어서는 순간 온기가 깃들기 마련이다.

길은 그리움의 뿌리다.

꼬리를 물며 나지막한 산을 넘어가는 오솔길은,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련한지.

길은 사람과 대지가 만나서 나누는 교감의 흔적이다.

길은 또 스스로 망각하는 존재다.

사람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지 않는 순간, 빠르게 흔적을 지워 다시 산이 되고 들이 되고 풀과 꽃을 피운다.

그렇게 지워진 길들이 수없이 많다. -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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