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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여행법

책<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발견한 영화 속 그 장소들의 또 다른 낭만



상상만으로도 낭만적이다. 영화 속 그 장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아마 많은 이들이 이 낭만을 계획 혹은 실행했을테다. 책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여행에세이다. 3년 간 <맘마 미아>, <말할 수 없는 비밀>, <원스>, <폭풍의 언덕> 등의 배경이 된 장소들을 찾아 떠난 저자의 여행기를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우리는 영화와 여행 이야기 모두를 접할 수 있다.


저자는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영화평론가다. 그가 그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현학적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영화가 대중문화(예술)인 만큼, 대중들이 듣고 읽기 쉽게 말하고 쓰는 것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솔직하면서도 서정적인 문체들도 큰 몫을 담당한다.


필자는 영화와 여행 모두를 즐기는 편이다. 그래서 필자 또한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와 같은 콘셉트의 여행을 즐겨 한다.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영화를 감상하다보면 마음에 드는 장면들이 등장하게 마련이고, 그런 장면은 모든 아름다운 요소들이 어우러져 있다. 심지어, 종합예술인 영화는 보여주는 것 뿐만 아니라 들려주는 것들마저 기가 막힐 만한 조화를 자랑한다. 그 조화는 우리의 정서를 자극하고, 그래서 단 한 장면만이 뇌리에 남더라도 그 영화를 좋은 작품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있다.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도 다양성이 어우러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여행을 떠나고, 그 길에서 찾은 꿈 같은 낭만이 글로써 우리에게 전해지기까지는 음악과 사진이 있다. 그것들로 하여금 우리는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난 풍경과 공기를 적게나마 전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글들이 선명하게 다가왔던 문장들은 마치 그 곳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저자는 영화 속 그 장소에서 해당 영화의 OST를 듣기도 하는데, 그 모습들을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책 속에 등장하는 영화들은 저자 개인의 취향에 집중됐기 때문에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소개된 영화들 대부분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다. 영화를 즐기지 않는 이들이라면, 이 책을 여행에 집중해 감상해도 좋을 것이다. 여행 자체에 대한 저자의 사색을 읽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만하다. 저자가 글에서 표현한 것ㅡ영화란 그리고 음악이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가장 확실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p. 154)ㅡ처럼, 이 책은 확실히 우리를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책에 소개된 영화들은 OST가 큰 몫을 한 작품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독자들은 책 뿐만 아니라 음악(북OST)까지 '선물'받을 수 있다.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를 읽는다면, 무작정 떠나고 싶은 욕망이 마구 솟아날 위험성도 있지만 여행을 계획 중인, 혹은 소개된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공감하며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밑줄 긋기]


사색이 자기 자신과 나누는 치열한 대화에 가깝다면,

명상은 오히려 기다림의 웅덩이 속으로 천천히 몸을 담그는 행위와 흡사하다.

사색은 더할수록 이롭고, 명상은 뺄수록 좋다.

- p.71에서


아마도 여행은 뒤로 걷는 일일 것이다.

그게 내 삶의 자취이든 세상의 뒤안길이든,

뒤로 걸을 때 익숙하고 빠르게 지나쳤던 것들이 새로운 의미로 재발견된다.

- p.105에서


연인들을 변하게 만드는 것은 멀어지는 사랑의 권태일까, 다가오는 사랑의 열정일까.

이제 막 닻을 올린 남의 사랑 앞에서 오랜 세월 항해해 온 나의 사랑이 일순간에 침몰하는 광경을 목도해야 했던 사람의 슬픔과 자기연민을 강력한 멜로디에 실어낸 그 노래는 아바 음악의 정화였고, 영화 <맘마 미아>의 정점이었으며, 이번 여행의 정수였다. 

- p.140에서


여행에서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한다고 해도 날씨만큼은 순전히 운이다. 그리고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으로 그 여행의 색깔을 지배한다. 여행만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우연의 가공할 만한 힘은 종종 가장 강력한 의지의 예봉조차 가볍게 꺾어버린다. 그건 많은 경우 우리를 낙담케 하지만, 때로는 기이한 희망이 되기도 한다.

- p.143에서


고독은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 위에 있지 않다.

언제나 그것은 북적대는 시장 한복판이나 모두들 떠들썩하게 술잔을 비워대는 술집 같은 곳에 있다.

인간은 컴퓨터 그래픽처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한순간에 말끔히 지워버리고서,

눈을 감은 채 코앞의 군중을 보지 못하는 척, 거듭 SOS를 친다.

- p.17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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