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민 산문집 <쓸 만한 인간>

박정민이 주연을 맡은 영화 <변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실, 그를 알게 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 꽂혀버린' 인물이다. 영화 <파수꾼>, <동주>, 최근에는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그. 나는, 호감 가는 사람이 있으면 그의 면면들을 알아가고 싶은 욕구가 제법 강하다. 그래서 이 책도 읽게 됐다. 이 책을 통해, 그의 일상과 생각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고 싶었다(음흉하게).


우선, 이 산문집을 읽으면 박정민이 위트깨나 있는 인간이란 걸 알 수 있다. 아무튼, 나는, 읽는 내내 재미있었다. 심지어, 육성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어떤 부분이였냐 하면, 3부 '이거 그린라이트인가요?'였다. 과거 몇 가지 연애사에 허세라는 양념을 조금(인지는 알 수 없다) 친 연애담이었는데, 이야기마다 다 웃겼다. 찌질하기도 하고, 꽤 멋있기도 했는데, 결말은 알 수 없다. 아무튼 너무 웃겨서, 이 챕터가 중간치 정도 됐는데, 그냥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로 들어찬 이 책을 통해, 나는 박정민이 배우라는 직업에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느꼈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았다. 낯은 별로 안 가리는 것 같은데,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낯설어하는 기색도 느껴졌다. 이 부분은 감히 결단내릴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배우인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려, 연기를 위해 고려대라는 명문대 타이틀까지 과감히 벗어던진 사람이다. 뭐 이거면, 약간의 느낌이 올 것이다. 그리고, 대학생이 된 이후 너무 신이 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들이켜고 난동(?)을 부리기도 했던 일화. 그런 상황에서도 '뿌우(라고 표현된 의성어)'를 내뱉으며, 귀여움을 잃지 않는 점. 내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서 봐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사람이었다. 거의 모든 글의 마지막에는 '잘 될거다'라는 맥락의 희망 서린 문장들이 쓰여 있다. 어쨌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왜냐. 확실히 슬픈 상황임에도 위트로 승화시켜냈으니까.


배우라면 더 공감할 여지가 많은 에세이. 박정민의 팬이라면 그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질 만한 에세이. 배우도, 그의 팬이 아니어도 낄낄대며 웃을 수 있는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은, 진중한 '척' 하고선, 누군가가 했을 법한 이야기들로 자신을 포장하려는 에세이와는 확연히 다른 책이다.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러고보니, <변산> 역시 <동주>와 마찬가지로 이준익 감독과 함께 호흡한 작품이구나. 이준익 감독의 마음을 훔친 배우인가보다, 박정민. 대단하다. 뭐 나의 소견으로도, 진중하고도 코믹한 역할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이 좋았으니까. 연기뿐 아니라, 책도 좋아하고, 노래 실력도 늘었다고 하니(그의 고백에 의하면)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응원한다. 진짜, 이 책 읽으니, 박정민 너무 좋다. 그런데, 노란색 머리카락은 좀 별로다(단지 내 생각). 어찌됐든 나는 박정민의 팬이 됐으니, 그의 지난 과거를 더 염탐해야겠다(후훗).




[책 속에서]


날 믿고 써주는 사람들에게 나의 베스트를 보여주는 건 당연한 거고, 그 베스트가 이전의 베스트보다 베터(Better)하게 만드는 건 매번 배우가 해내야 할 숙제일 거다.


아니, 아무튼 영화 같은 인생. 참 힘이 든다. 하지만 결국 힘이 들어도 이런 인생도 있다는 걸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본인 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이 밤을 지새우며 활자와 싸운다. 살아보지도 않은 인생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그럴싸하게. 있음 직하게 표현해야 관객들이 최소한의 감동을 느낄 것이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꼭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 찌질하다의 반대말이 뭔가. 특별하다? 잘나간다? 바지통 6반으로 줄이고 머리에 젤 바르는 상남자스타일? 아니, 찌질하다의 반대말은,

찌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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