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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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단어만 들어도 설렌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가슴 뛰게 만드는 행위. 그래서, 일상이 무료하게 느껴지거나 뭔가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어질 때면 짐을 싸고 떠날 채비를 한다.

유월이니, 본격적인 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많을 때다. 사실, 시간과 경제력이 뒷받침된다면 언제든 떠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짧든 길든 여름 휴가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물론, 어디론가 떠나지 않고 집이나 호텔 등지에서 호캉스를 즐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같은 경우엔 어느 정도의 조건이 된다면(그렇지 않을 땐 조건을 만들어서라도) 여행을 떠난다. 그곳이 비단 해외가 아니어도 좋다. 서울 근교여도 좋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행위, 여행이라는 이름의 그 행위 자체를 예찬한다.

그래서 여행을 다룬 서적들(가이드북이 아닌, 여행의 일화나 그에 대한 생각들을 담은 에세이류)도 좋아한다. 그래서 이번에 여러분들께 소개하고 싶은 책의 장르 역시, 생생한 여행기가 담긴 여행 에세이다. 제목은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제목에서부터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가? '이상한'이라는 수식어에서 고개가 갸우뚱거려지긴 하지만, 여행은 확실히 묘한 매력을 지닌 건 분명하다. 작가는 어떤 면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걸까. 그럼 지금부터, 그 여행의 이상함을 담은 책을 본격적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책의 표지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어이 없고 황당하고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의 이상한 점이다. 나는 이 한 줄의 문구만으로도 무릎을 탁 쳤다. 여행에서 겪은 수많은 경험들은 나를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때가 있다. 여행은 하나의 모험이다. 조금 오버이기는 하지만, 고통과 시련이 따르는 모험이다. 하지만 그 경험을 해봤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그것을 겪으러 떠난다. 정말 이상한 게 맞다. 그리고 이런 글도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낯선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 그렇다. 이 이유가 여행을 되풀이하는 궁극적인 이유이다.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 비록, 입에 맞지도 않는 음식들로 끼니를 때우고, 배탈이 나서 매번 화장실에 드나들고, 고생이란 고생은 죽도록 하고, 때로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면서도 말이다.

작가의 '나를 발견하기 위해 떠난 일화'는 국내외를 아우른다. 그 일화들 중에는 낭만적인 부분도 있지만, 다소 찌질하고 모험적인, 고행과 닮은 부분도 있다. 물론, 나는 아주 극한 여행을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한 번쯤은 경험해보고 싶은 일화들도 있었다. 특히 나는, 작가의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을 묘사한 부분들에 크게 공감했다. 가령, 이런 글이다. '하늘은 크고도 넓다. 정말로 크고도 넓다. 그리고 아름답다. 이 순간을 그대로 압정으로 눌러 고정해두고 싶다. 영원히 흘러가지 않도록, 지나가지 않도록, 붙잡아두고만 싶다.' 또한, 어디에서든 여행의 감정을 갖는 감수성도 마음에 들었다. '신기하거나 아름다운 장소가 나타나면 그곳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춘다. 그곳은 작은 가게일 수도 있고, 빌딩 틈새의 조그만 공원일 수도 있고, 이름 없는 사원일 수도 있고, 그냥 골목이거나 강변일 수도 있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닌 나의 여행을 기록한다. 내가 허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아무도 모르는 짜릿함을 느낀다.' 이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작가의 경험 같은 것만이 여행은 아니다. 여행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 깨닫기 위해, 즉 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면 고난이나 위기를 거쳐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소설이나 영화에서의 주인공이 시련에 부딪혀, 그것을 극복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생경한 경험들은, 평소에 모르고 살아왔던 자신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만들어준다.

'낯선 장소에서 모국이라는 갑옷을 입지 않은 나를,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를, 마치 어린아이나 촌뜨기로 돌아간 것 같은 나를 발견한다. 결국, 길게는 20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 달치 생활비를 며칠 만에 탕진하고 낯선 숙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눈물을 흘리고 사기꾼과 호객꾼에게 당하고 온종일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걸어 다니는 이 모든 비이상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통해 내가 이억만리 타국에서 찾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그러므로 내게 여행이란 건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발견하는 일이다. 좋든 실든 그것이 나다.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

위 문단이 바로 작가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여행의 궁극적인 가치가 아닐까. 나 역시, 여행을 다녀온 뒤 새로운 관점을 갖게 되는 것을 여러번 체감했다. 다른 문화와 사람들을 경험해봄으로써 견문을 넓힐 수 있었고, 더불어 타인을 이해하는 마음이 잠시나마 생겨나기도 했다. 또한,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게 되곧 했고, 그럼으로써 조금은 성장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매력 때문에 나 역시, 여행을 예찬하고 여행의 이유를 만들며, 부지런히 떠날 채비를 반복하고 있다. 그동안 살아보지 못한 환경 속에서 얻는 깨달음. 이 매력은 참으로 기이하다. 같은 행위를 해도, 어떤 장소로 향하는가에 따라 깨달음이 달라지는 것 또한 기이하다.

작가 한수희는,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을 통해 늘 후회하면서도 또 떠나고야 마는 여행가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전한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잡지사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그는, 경기도 안양에 작은 카페를 열고, 그곳에서 글을 쓰고 커피를 내리고 있다. 일상의 이야기들로 독자들의 공감을 산 그녀는 <우울할 때 반짝 리스트>, <우리는 나선으로 걷는다>, <온전히 나답게>라는 책들을 통해 독자들을 위로해왔다.

나는 이 책을 여행 중에 읽었다. 그래서인지 더 크게 공감했고, 혼자 떠난 여행이었지만 외롭지 않았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설레는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이 책과 함께 여행에 활력을 더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솔가비타민 블로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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