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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마녀>,
박훈정 감독의 여성 중심 신세계

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마녀>를 시사회에서 먼저 만나봤다. 먼저,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들었던 단편적인 느낌은 '세다'였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세고X세고X또 센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지금껏 국내에서는 쉽게 만나볼 수 없었던 캐릭터가 탄생했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볼 만한 의미가 있다.


<마녀>의 주인공은 여고생 자윤이다. 그녀가 바로 센 캐릭터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기던 그녀는 의문의 사고를 당한 후, 기억을 잃는다. 그런 그녀에게 미스터리한 인물이 등장해 자신의 존재를 아느냐 묻지만, 자윤은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눈치다. 이후, 자윤의 주변에는 정체 모를 인물들이 등장하고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자윤의 시선과 같이, 감상자들도 꽤 긴 시간동안 미스터리를 품고 스크린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순박하기 그지없는 자윤에게 접근하는 꺼리칙하고 음산한 기운을 지닌 인물들 사이의 간극은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영화의 중반까지는 밀도 높은 미스터리가 지배한다. 그 이후에는 화려하고도 센 액션이 펼쳐진다.

<마녀>의 특징이자 관람 포인트로 볼 수 있는 것은, 이 액션이다. 웬만한 액션물들 이상의 현란하고 강도 높은 액션이 펼쳐지기에, 각오깨나 하고 관람하셔야 할 거다. 단순히 세다는 표현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이 영화 속 액션은 꽤나 리드미컬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루할 틈 없는 액션물 탄생이라는 점에서는 합격이다.



사실, 액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배우진이라 보는 나로서는 <마녀>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름만으로도 포스를 직감하게 만드는 조민수와 박희순부터, 미친 연기력을 뽐내는 최우식의 열연은 어느 곳 하나 흠 잡을 데 없다. 뿐만 아니라, 자윤 역을 맡은 신예 김다미의 연기력 또한 뛰어났다. 신예라 느껴지지 않을 만큼의 눈빛과 액션을 소화해냈다. 또한, 그녀 자체의 신비로운 마스크는 적절한 캐스팅이었다고 본다.



<마녀>의 주목할 만한 점은, 남성 중심의 작품들을 만들어온 박훈정 감독의 변화다. <신세계>로 이름을 떨친 박 감독은, 이후에도 <대호>, <브이아이피> 등 남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들을 연출해왔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자윤부터 닥터 백 역할까지, 작중 주요 인물들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기존과 다른 행보였지만, 적절한 캐스팅과 배우들의 열연으로 남성 중심 액션물 못지 않은 포스 가득한 영화를 탄생시켰다.

<마녀>는 박 감독의 고민이 여실히 배어있는 작품이다. 그간 보여주지 않았던 요소들의 시도도 그러하지만, 고강도 액션물을 완성하기까지의 다양한 시선들을 고려한 흔적들도 보인다. 다양한 장치들과 세고 센 캐릭터들의 향연은, 박 감독의 초현실주의적 관점이 밴 또 다른 신세계로 볼 수 있다.

박훈정의 신세계,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할 만한 최첨단과 휴매니티를 오가는 세계관을 확인하고 싶다면 이 영화, 주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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