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지만 그래서 밋밋했던 로맨스
영화 <식물도감>은 시각적인 힐링을 선사하는 로맨스다.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하고, 순수하기 이를 데 없는 영혼들의 만남은 첫사랑의 풋풋함이 회상될 정도다. 연둣빛의 향연이다.
일본에서 110만부의 기록을 이룬 아리키아 히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이 작품의 플롯은 단순하다. 특별할 것 없는, 쳇바퀴 돌아가듯 평범한 매일을 보내는 사야카가, 우연히 만난 초식남 이츠키와 동거하면서 서서히 싹트는 사랑 이야기. 영화의 중반까지는 순수한 두 사람의 친구같은 동거가 이어지고, 이후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둘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약속된 동거 기간인 6개월의 끝에 다다랐을 때 홀연히 사라져버린 이츠키. 사야카는 이츠키를 찾으러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연락처도, 심지어 성조차 몰랐던 이의 행방을 알 리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사야카 집에 식물도감 한 권이 배송되고, 저자가 이츠키임을 확인한다. 출간 기념 파티에 몰래 참석해, 이츠키의 모습을 엿본 그녀. 하지만, 집에 도착했을 때 이츠키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지극히 순수하고도 평범한 로맨스. 영화의 매력 요소를 뽑자면, 이츠키가 직접 채취한 식물들을 재료로 만든 유기농 음식들을 보는 맛이다. 그렇다고 <리틀 포레스트>처럼, 레시피가 나열되는 것은 아니다. 어떠한 식물들이 있고, 그것들로 완성된 결과물만 보여질 뿐이다.
어찌됐든, <식물도감>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사랑의 힘이고, 사랑으로 하여금 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푸릇하고 순수한 로맨스를 좋아한다면 괜찮게 여겨질만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분위기와 흐름의 영화를 좋아하는 나도, 이 영화에 대해선 이렇다할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지루하고 밋밋했다. 꽤나 아쉬웠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