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하나의 방법이다. 사진을 찍으면 어떤 장소와 아름다움을 보고 촉발된 근질근질한 소유욕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다. 귀중한 장면을 잃어버릴 것이라는 불안은 셔터를 누를 때마다 줄어든다. 아니면 아예 우리 자신을 물리적으로 아름다운 장소에 박아놓을 수도 있다. 우리 자신이 그 장소 안에 좀 더 확실하게 존재한다면, 그 장소도 우리 안에 좀 더 확실하게 존재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_ <여행의 기술(알랭 드 보통, 이레)>
아름다움을 잡아두려는 욕망. 여행 시, 카메라를 늘 갖고 다니는 이유를 잘 담아낸 글이다. 귀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기억에 의해 소멸돼 가는 현실에 대한 최고의 활동인 사진 촬영. 거기에는, 아름다움을 붙잡겠다는 이유뿐 아니라 추억을 끌어올려 우울을 덜겠다는 욕망도 포함돼 있다.
물론, 사진 '때문에' 장소를 온전히 즐기지 못할 때도 있다. 사진 찍기에 급급해, 아름다운 풍광을 충분히 눈에 담아내지 못한다거나, 충분히 감상에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여행뿐 아니라 전시회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전시회에선 촬영을 금지시켰으면 좋겠다는 입장인데, 카메라를 작품 앞에 들이대거나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느라 다른 관람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진에는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장점이 훨씬 많다. 현실이 우울할 때면, 사진에 기록된 즐겁고 아름다운 순간을 회고하며 기분을 달랠 수도 있고, 장소에 대해 망각했던 것들을 꺼내어볼 수 있는 등.
그래서 난, 어디를 향하든 카메라를 갖고 다니는 편이며, 사진뿐 아니라 기록을 위해 글을 쓴다. 소중한 모든 순간들을 기록해두고 싶다는 욕심이다. 하지만 난 이 활동이 좋다. 이 욕심 덕분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능력이 조금씩 자라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