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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서 봤다. 정말, 너무 좋아서, 멈출 수 없었던, 쉬어가기 싫었던 드라마다. (막장)멜로, 웃고 넘기는 것 뿐인 사랑 이야기들보다 이런, '현실적인'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 좋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드라마를 잘 안 즐겨왔던 나다.



물론, 근래 들어서 종편 등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온 끝에, 이전 드라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르들이 브라운관을 차지하고 있다. 매우 기쁜 일이긴 한데, 그런 '몰입'이 필요한 범죄, 미스터리물들의 경우엔 '아직까지는' 영화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한데, <나의 아저씨>처럼 보통의 사람들을 그린 보통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장르'의 드라마는 브라운관에서 만나보고 싶다. 그런데, 많이 없었던 게 사실이다.


<나의 아저씨> 역시, 한창 반영 중일 때는 보지 않았고, 한 물 건너간(?) 이후에 몰아서 접하게 됐다. 결론적으로, 좋았다. 작품에서 '가장 불쌍'한 캐릭터는 지안으로 설정돼 있지만, 사실 상 이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불쌍'하다. 이 말은 즉슨, 우리 인간 모두는 한편으로는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다. 제각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는 것. 홀로 그것을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지만, 결코 홀로 해결할 수 없는 게 인간사이기에 고달픈 것. 그래서 우리는, 개인의 고통과 함께하는 공동체 고통을 동시에 껴안은 불쌍한 존재라는 것이다.

지안의 빚만 놓고 봐도 그렇다. 지안은, 그녀가 빚진 것이 아닌, 가족의 빚을 떠안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갚아 나가야만 한다.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시달린다. 물론, 그녀가 저지른 죄도 있다. 한데, 그것 역시 자신만의 욕망에 의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아주 러프하게만 봐도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상황에 얽히고설킨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라는 동족이라고 해서, 다 같은 외형과 내면을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관계 속에서 빚어지는 오해와 불신 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이것을 축약해 놓은 것이, 작중 동훈의 회사와 가정(동네)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 드라마에서는 가정사뿐 아니라, 복잡한 사내 정치도 '면밀하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렇듯, 드라마는 우리가 몸 담을 수밖에 없는 가정과 직장이라는 사회의 일부를 떼어내,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것이 <나의 아저씨>의 성공 이유다.

정말, 보는 내내 '모든 인간은 불쌍하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했다. 내가 타인을, 타인이 나를 불쌍히 여기지만, 사실 상 그들의 말 모두는 부조리하다. 왜냐, 모두가 불쌍하기 때문이다.
동훈이 지안을 두고, 후배들에게 했던 대사다. "너희들은 걔 안 불쌍하냐? 경직된 인간들은 다 불쌍해. 살아온 날들을 말해주잖아. 상처받은 아이들은 너무 일찍 커버려. 그게 보여, 그래서 불쌍해. 걔의 지난 날을 알기가 겁난다." 물론, 지안은 끔찍할 만큼 고통스러운 과거사가 있다. 그래서 늘 행동과 눈빛에 힘이 들어가 있다. 늘 긴장해야 하고, 잠자리마저 편하지 못하다. 늘 타인을 경계하고, 또한 믿지 못한다.

지안이 그에 대표되는 인물이라면, 사실 상 모든 캐릭터들이 자신만의 고달픈 사정 때문에 경직돼 있다. 심지어, 절에 들어가 있는 스님마저도 마음이 그다지 평안해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번뇌에서 벗어나고자 택한 고행의 길을 걸어가면서도, 우리는 세상의 온갖 사건들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한데, 이것이 인간의 숙명인데 어찌 거스를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어려움을 딛고, 극복하여, 조금이나마 더 괜찮은 삶을 이뤄나가는 것이 죽을 때까지 우리가 살아내야 할 반복되는 일상이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작중 인물들 사정만 봐도 그렇다. 일정 나이가 되면 회사에서 승진하고, 또 금세 쫓겨난다. 가장 잘 나가던 사람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고학력자라도, 한때 천재라는 소리를 들으며 재능을 발휘했을지라도, 그 수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다행히도 지안은, 아픈 과거사를 딛고 사회에 잘 적응해나가는 '건실한 어른'이 된다. 그 마지막 장면을 볼 때, 기쁨에 벅차 울컥했다. 마지막회는, 슬픔과 기쁨 때문에 눈물 범벅이었다. 아침 출근 준비 시에 봤다면, 큰일 날 뻔했을 정도로 '펑펑' 울었다. 다행히도, 마지막이 행복해서 '정말' 덩달아 행복했다.

<나의 아저씨>와 비슷한 드라마. 또 만나보길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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