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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날려줄
빙수 등장 영화들

정말이지, 올해 더위, 장난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폰을 두드리는 폭염 특보 문자, 에어컨 가동이 빵빵한 실내에서 나오자마자 복도에서부터 느껴지는 후텁지근함. '살인 더위'라는 단어가 적확한 요즘 같은 날씨엔, 시원~ 한 먹거리가 단연 당긴다. 그 의미로 '빙수 뽐뿌 부르는 일본 영화들'을 소개해보겠다. 이런 날씨엔, 시원한 곳에서 아이스크림이나 팥빙수를 아그작 씹어 먹으며 영화 한 편 보는 것이 최고의 휴식 아나겠는가!


<안경>


단연, 빙수하면 이 영화를 빠뜨릴 수 없다. 공백 가득한 영화를 꽉 채워주는 존재가 바로 '빙수'이기 때문이다.


매년 봄마다 찾아오는 한적한 바닷마을을 찾아오는 사쿠라 할머니가 만들어주는 빙수. 특별한 재료 없이 놀라운 맛을 선사하는 마력의 빙수라는 것은, 등장 인물들의 표정을 보면 알 수 있다. 빙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한 번 맛보면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빙수의 맛. '아, 먹어보고 싶다'!



이 영화에서 빙수가 거래(?)되는 곳은 바닷가다. 빙수는 판매되지 않고, 다른 물품과 교환되는데 여기에서부터 정(情)이 느껴진다. 실제로 이 정은, 사쿠라의 손을 거쳐 빙수가 되기까지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쿠라는 오랜 기다림의 시간을 거쳐 팥을 완성하고, 빙수는 그 팥 덕분에 마력을 발산하는 것이다.


이들이 먹는 빙수가 '더' 맛있는 이유는, 한적한 바닷가에 앉아 일랑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먹는 그 상황 때문일 것이다. 이곳 바닷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사색이 익숙한 사람들이다.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며, 기다림에 익숙한 그런 사람들. 욕심 없이 소박한, 하지만 사람 복은 가득한 이 사람들이 먹는 것은 비단 빙수가 아니더라도 맛있을 것이다.



이름처럼 봄날 같은 존재, 사쿠라의 빙수. 나도 얻어 먹어보고 싶다.




<바다의 뚜껑>


도시 생활에 지친 주인공 '마리'는, 해안가에 위치한 고향에 내려와 빙수 가게를 오픈한다. 자신이 만들어내고 싶었던, 다른 사람들에게 맛보이고 싶었던 빙수를 만들어 팔며 소박한 생활을 해나가겠다고 다짐한 그녀 앞에, 볼 한 면에 화상을 입은, 깊은 상처를 품은 '하지메'가 등장한다. 그렇게 둘은 함께 빙수 가게를 꾸려나가며 서로를 위로해나간다.



마치, 자매라고 해도 믿을 만한 둘의 관계. 빙수를 함께 만들어나가면서 다져지는 관계를 지켜보는 과정이 인상적인 영화였다. 마리는 작지만 확실한 꿈을 이뤄나가고, 하지메는 마리를 통해 과거의 아픔을 딛고 상처를 회복해나간다.


확 트인 바다 풍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힐링 가득한 이야기. 영화에서 바다와 빙수는, 고향(마음의 안식처)을 상징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빙수를 먹을 때면 '자연의 일부'를 먹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물 위를 메운 살얼음을 먹는 듯한 느낌. 그로 인해, 우리는 물리적인 차가움과 심리적인 시원함을 동시에 입 안으로 밀어넣는다. 이것이 빙수의 매력이다.



<바다의 뚜껑>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 무엇인지 넌지시 알려주는 영화다. 꿈을 펼쳐나가고자 고군분투하는, 하지만 깊은 상처를 떨쳐내지 못해 가슴 아파하는 청춘이라면 이 영화로 조금이나마 힐링할 수 있을 것이다.




<남극의 쉐프>


해발 3,810m, 평균 기온 -54℃의 날씨를 자랑하는 남극 돔 후지 기지.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듯한 차가움을 선사하는 이곳에 발을 디딘 8명의 남극관측 대원들은, 극한의 날씨와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의 현재에는 희망도, 재미도 없다. 매 순간, 탈출하고픈 욕망에 사로잡힌 이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요소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음식'이다.


제목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남극의 쉐프'는 대원들에게 음식을 해주는 조리담당자 니시무라다. 고된 작업이 이어지고, 애정이 목말라 죽어가는 남자들에게 힘을 선사하는 니시무라의 요리는 즐거운 기다림을 선사한다. 비축해뒀던 식품들이 점점 사라져가면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도 니시무라는 요리를 만들어낸다. 그것도 아주 맛있는 요리를! 이 '기적' 같은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다분한 영화다.


<남극의 쉐프>에서도 빙수가 등장한다. 말 그대로다. 대원들이 딸기 시럽으로 야구 경기장을 그림으로써, 빙판은 딸기 빙수가 된다. 실제로 그들은 숟가락을 들고 엎드려 시럽을 긁어먹는다. 리얼 빙수인 것!



이 영화는, 이처럼 엉뚱하고도 유쾌하다.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은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결국 그들은 요리로 미소짓는다. 차디찬 환경에서도 리얼 빙수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대원들의 익살맞은 모습은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그런 영화다.



이렇게 소개한 세 편의 일본 영화들은 스크린 속 인물들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힐링을 선사한다. 힐링의 메시지가 담긴 영화를, 시원한 빙수 한 모금 하며 보는 재미.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삼복 더위 시즌에 딱이다! 이번 휴가는 홈캉스를 즐기겠노라 마음 먹은 영화 애호가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세 편. 참고로, 얼어 죽을 고민은 안 해도 된다. 왜냐, 마음은 따스해질 테니까. 빙수 덕분에 氷그레 미소지을 수 있는, 여름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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