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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들

<어느 가족>으로 2018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2018 일본 극영화 흥행 1위 자리를 석권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내한을 앞두고 있다. 비록 나는, 감독 GV 예매엔 루저가 되어버렸지만, 오늘 평론가 GV 유료 시사회를 찾아 영화를 먼저 만나 볼 계획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들은 늘 나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울리고 웃기는 등 다양한 감정선을 자극해왔던 감독의 작품들은, 한 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묵직한 힘이 있다. 감독이 '주로' 표현해 낸 소재들은 가족(관계)과 죽음으로 보면 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사회적 문제를 꼬집는 비판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일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고레에다 감독이 그려낸 작품 세계는 정말이지 휴머니즘X휴머니즘 그 자체여서 비단 아시안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영화팬들을 감동시킨다. <어느 가족> 역시, 포스터만으로도 인간의 뜨거운 정 같은 걸 그려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미 시사회로 먼저 만나 본 관객들 사이에서 <어느 가족>은 '명작'으로 불리고 있다. 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는지 알겠다, 는 관람평 한 줄로도 나의 기대감을 자극하고 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지난 10년 동안 생각해 온 가족의 의미를 모두 담았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나는 감독의 가족 영화들을 '정말 사랑'하기 때문이다.


감독의 전작들 중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 작품들을 떠올려 봤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무도 모른다>인데, 그 영화는 너무 아프다. 너무 아픈데, 너무 아름다운 인서트 컷들 때문에 아픔이 더 시리게 느껴졌던, 그런 영화다.



세상(자연물, 햇살 같은 것들)엔 이렇게 아름다운 면들이 있는데, 왜 이렇게 어린 아이들은 고통 받고 심지어 죽어가야만 하는가. 이 영화는 '놀랍게도' 실화에서 모티브를 따 온 작품이다. 그래서 더 충격적인 고통을 선사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정말,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사실 상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우리 역시 '아무' 속에 속해있기 때문이다. 그 모름을 조금이나마 일깨워주려는 감독의 시선과 이 사건이 발생한 사회를 비판하는 세계관이 어우러졌던 작품이 <아무도 모른다>다. 20대 초반에 봐도 좋았는데, 2년 전이었나, 그 때 다시 봤을 때도 역시나 좋았다. 좀 많이 아픈 영화라, 조용히, 홀로, 감상하길 권하는 작품이다. 또한, 아픈 현실을 굳이 영화에서 또 보길 원치 않는 이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또 가족을 그렸던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이 작품도, 눈물을 유발시켰던, 잊지 못할 명작이다. 뒤바뀐 자식을 키워오던 부모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사색하게 만든다. 또한, 이 영화 속 소재는 줄곧 있는 일은 아니지만, '만약 내가 저 상황이라면'이라는 가정을 하게 만드는 몰입력을 갖추고 있다.



위 작품과 비슷한 맥락의 영화로는 <바닷마을 다이어리>가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을 받아들이는 자매들의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 감독의 전작들과는 달리 '우먼 파워'가 돋보이는 영화라 인상깊었던 작품이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와는 인연이 잦았다. 영화제를 통해 관람한 후, 대외 행사에서 이 영화를 접할 기회들이 빈번했다. 씨네21 주성철 편집장과 허지웅 작가가 찾아간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들을 훑는 씨네토크에도 참관한 적이 있다. 아무튼 이 영화는 내게 있어 추억도, 의미도 다분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진짜 가족이 아니지만, '진정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영화들. 고레에다가 가족 영화들을 통해 그려낸 세계관이다. 작품 속 인물들이 진짜 가족을 찾아나가는 것은 '진짜 마음 둘 곳', '진정한 안식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걸어도 걸어도>와 <태풍이 지나가고>는 수많은 사색 거리를 안겨주는 명대사들이 가득하다. 영화가 아닌, 마치 한 권의 책과 같이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놓치고 싶지 않은 매혹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도 '굉장히' 좋아하는 작품이다. 아! 어쩌면 내가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열혈히 좋아하는 이유에는 '아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하곘다. 아이들의 그 순수한 눈빛! 심금을 울리는 주된 요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의 아이들은 '진짜, 정말, 엄청, 무지하게(온갖 수식어를 다 갖다붙이고 싶다)' 순수하다. 그래서 나의 입가에도 순수한 미소가 번졌던, 그런 작품이다. 그리고 특유의 유머도 있다.


꼭 가족을 그리지 않더라도, 관계를 보여주는 영화들을 만들어내는 데 힘써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이번 작품도 기대 가득 안고 감상할 예정이다. 내가 좋아하는 바다도 나오고, 좋아하는 배우들(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안도 사쿠라)도 나온다.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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