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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2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더 보이스>. 사실, 이 영화는 2014년 작품이지만 국내 정식 개봉은 올해가 처음이다. 국내 미개봉작이었지만, 관객들의 청원에 의해 정식 개봉이 확정된 작품이기에 많은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존에 봐왔던 라이언 레이놀즈의 캐릭터는 잊어라!
<더 보이스>의 주인공 '제리'역을 맡은 배우는,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등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라이언 레이놀즈다. 앞선 영화들에서의 그는, 다소 엉뚱한 매력을 지닌, 하지만 액션에 강한 캐릭터를 맡았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에서는, 그를 떠올리면 머릿속에 맴도는 캐릭터들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작중 라이언 레이놀즈가 연기한 제리라는 인물은, 동물과 죽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특별한 능력(달리 말하면, 정신 이상 증세)이 있다. 그의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이 남다른 능력 때문에, 제리의 엄마는 사람들로부터 외면과 고통을 당해 자살했었다. 역시, 남다른 무언가를 지닌 인물의 삶은 녹록지 않다. 제리 역시, 이 증상 때문에 상담과 치료를 받는 등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직장 내 동료와 상사들도 제리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당연하다. 그가 진정으로 마음 둘 곳은 자신의 집 뿐이다. 집에는 반려동물 개와 고양이가 있는데, 제리에게는 이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하여, 제리는 이 다른 종의 동물들과 대화를 나눈다. 개와 고양이는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제리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하기에 바쁜데, 이로 인해 제리의 머릿속도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시놉시스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순도 100% 청년 제리'라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은 딱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사회 생활과 관계에 서툰 그는 순도 100% 청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순도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영화를 이어가는 달콤&살벌함
제리는 사내 파티 준비를 하면서 만난 '피오나'에게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어딘가 모자라고 남달라보이는 제리에게 피오나가 관심을 둘 리 만무하다. 하여, 그녀에게 큰 마음 먹고 저녁 데이트 신청을 한 제리를 퇴짜놓는다. 이에 감정에 복잡해진 제리는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이후, 집에 돌아온 제리에게 고양이는 시체부터 처리하라고 말하고, 그렇게 그는 피오나의 사체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처리한다. 우발적인 사고, 섬뜩하고도 잔인한 사체 처리. 여느 영화였다면, 이 장면들은 어둡고 잔인하게 그려지겠지만 <더 보이스>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표현된다.
제리는 피오나를 '너무나 사랑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 사랑에 대한 집착이 예기치 못한,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사건으로 이어졌다. 이와 일맥한 뉴스의 헤드라인들이 머릿속을 스치지 않는가? '너무 사랑해서 그(그녀)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실수였다'. 좋다. 실수라고 치자. 하지만, 제리의 이 행각은 연이어진다. 물론, 실수에 의한 것이 아니다. 계획적이거나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 연쇄살인을 해나간다.
이 영화를 이어가는 소재는 사랑(을 포함한 인간 관계)와 살인이다. 그야말로 달콤살벌함을 동시에 안고 있는 작품이다. 더불어, 잔인함이 극에 달하는 장면들에도 코믹과 핑크빛이 배어있다. 이 글만 접한다면 쉽게 예상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살인 사건을 다룬 범죄·스릴러물이라는 건가?
물론, 살인을 다뤘기에 범죄물이라 볼 수 있겠지만, <더 보이스>가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은 선악의 기준이다. 결국, 제리에게 들리는 동물과 죽은 자들의 목소리는 자신의 내적 욕망들이다. 우리의 자아는 한 가지라고 단언할 수 없다.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 속에서 우리의 자아(생각)와 행동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잘 생각해보자. 상대가 누구인지에 따라, 우리의 태도는 달라지기 마련이다. 또한, 내 의식대로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는 행동 양식 역시 때와 장소 등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영화는, 이 자아에 대한 고민을 '극단적인 캐릭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개와 고양이로 분류된 선과 악의 목소리. 그에 흔들리는 한 명의 인간. 이쪽도 좋고 저쪽도 좋은, 그래서 이러지도 못 하고 저러지도 못 하는 딜레마에 놓인 인간.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쪽을 택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판단해야만 한다. 우리의 내면에는 다양한 감정선이 있다. 그 감정의 강도를 세분화하면 수만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이 모든 감정들을 바깥으로 표출할 수 없다. 또한, 표출하다가는 큰 일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이기에 감정과 행동을 다스릴 줄 알아야만 한다는 것이 <더 보이스>의 주제 의식이다.
정리하자면, 이 <더 보이스>는 독특한 캐릭터와 극단적인 상황을 위트있게 그려낸 재기발랄한 영화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 같은 영화랄까.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와 전개를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매력 다분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