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너블, 사랑스러움, 교훈까지 갖춘 여심 저격 드라마
일드를 몰아보는 낙에 빠져살 때가 있다.
일본의 영화, 드라마 모두 좋아하지만 드라마는 시간을 조금 더 들여야 하기에 마음 단단히 먹고 경건한(?) 태도로 접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일드를 좋아하는 이유는, 편성이 10회 내외로 길지 않은 것과, 한 회 당 얻을 수 있는 교훈들이 있기 때문. 그리고, 여느 나라에서 제대로 구현할 수 없는 특유의 병맛과 사랑스러움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정말, 특유의 정서는 다른 나라에서 모방한다 해도 그 맛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게 일본 콘텐츠만의 강점인 듯 하다.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결 코노 에츠코>는 여심 저격 드라마다. 열정 가득한 캐릭터들과 드라마에서 빠져서는 안 될 로맨스, 거기에 패셔너블함까지 갖추고 있다.
주인공 코노 에츠코는 7년 째 경범사 면접만 본다. 긴 시간 동안 잡지 'Lassy' 에디터가 되길 바라왔던 그녀. 그렇게 찍고 또 찍어, 끝내 경범사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는다. 당당히 'Lassy' 편집부로 첫 출근 도장을 찍은 그녀. 하지만, 그곳 사람들은 코노에게 '잘 못 찾아왔다'며 교열부로 가라고 말한다. 당황한 그녀. 자신을 뽑은 교열부 부장은 코노의 이름을 들먹이며 '교열부에 딱인 인물'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곳에서 열심히 하면 편집부로 갈 수도 있다'고 덧붙인다. 원하는 곳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경범사의 문턱에 들어선 것에 안도하며 그렇게 코노는 교열부에 적응해나간다.
물론, 순탄치는 않다. 코노가 원하고 바랐던 활기차고 패셔너블한 에디터들이 아닌,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채 묵묵히 교열에만 집중하는, 잿빛 같은 느낌의 교열부는 얼핏 봐도 코노와 걸맞지 않다. 매일 '열심히 꾸미고 출근'하는 신입과는 달리, 교열부 사람들은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다. 심지어 웃음기 하나 없는 곳이다. 이 같은 확고한 틀 안에서도 코노는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사내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꽃과 인형을 두는가 하면 매일 '무슨 옷을 입고 출근할까' 고민하며 에디터 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뿐만 아니라, 일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구축해나간다. 작품 속 내용이 실재하는 것과 일치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팔며, 단순한 오탈자 체크만이 아닌 작품의 내용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을 '쓸데 없는 짓'이라 치부하는 시선들이 다분한데다, 이 때문에 회사의 위기를 몰고 올 때도 많았지만 끝내 코노의 노고는 많은 이들에게 통하게 된다.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는, 제목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수수한 것의 굉장함'을 말하는 드라마다. 수수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코노 에츠코가 수수하다는 편견에 사로잡힌 교열을 하면서 교열과 같은, 그러니까 '드러나거나 보여지지 않는 것들의 위대함'을 느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일명 '코노 효과'라고 부를 수 있는 이 성장의 과정은, 코노 개인 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까지 변화시킨다. 교열부 동료들 외에도, 그녀와 썸 타던 유키토, 주어진 일을 하고 있지만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모리오, 작가들 비위 맞추기에만 급급하던 편집자 등을 말이다. 뿐만 아니라, 쿄노가 교열을 맡게 된 작가들마저 '쿄노 효과'에 영향을 받는다. 한 마디로, 코노는 수수한 것들이 결코 수수하지 않은 것임을 증명하는 인물인 셈이다.
한편, 꿈을 향한 열정의 메시지를 갖춘 이 드라마는 청춘들에게도 위로의 힘이 전한다. 7년 간의 집요한 면접, 원하는 부서로 이동하기 위해 주어진 현재의 일에 매진하는 코노의 열정은 칭찬할 만하다. 아주 멋있다! 게다가 그녀는 매일 흐트러짐 없는(물론, 어떤 날은 심하게 흐트러지기, 혹은 수수하기도 하다) 패션 센스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휘감을 만큼 매력적이다.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물 유키토 역시 주목해야 할 인물이다. 소싯적 인정 받았던 소설 작가였던 그는, 유명 작가인 아버지의 그늘 아래에서 괴로워해왔다. 진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기 위해 모델 일도 해보고, 소설(픽션)도 써 왔지만 그것들이 자신과는 걸맞지 않음을 깨닫는다. 결국,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 그는 논픽션을 발간한다. 유키토가 취재한 인물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이 잘못되지 않게, 당연하게 굴러가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해나가는 사람들이다. 교열부 직원들처럼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깨닫는다. 이 세상에 결코 수수한 일은 없다는 것을 말이다.
드라마를 보며 한 번 더 깨달은 것이 있다. 세상 모든 것들을 업신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 그 어디에도 쓸데 없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을 당연하게 만드는 데에도 큰 공이 들어간다는 것, 그것을 위해 묵묵히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결코 수수하지 않은, 위대한 인물이라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타는 대중교통, 그것을 원활하게 작동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는 결코 수수한 것이 아니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느꼈던 불편함. 한 번쯤은 경험해 본 바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어떤 부분도 쓸데 없다, 는 식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그럼 잠깐! 코노의 스타일링 몇 가지만 훑고 갈까?
이처럼,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드라마다. 한데, 사랑스러운 로맨스와 멋스러운 패션 스타일링까지 갖추고 있어 '재미'까지 놓치지 않은 작품이다. 여자라면 '더 좋아할' 드라마. 감히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