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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효석문화마을

문학과 여행이 어울리는 계절, 봉평에서 제대로 느끼자!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요즘. 바야흐로 가을이 손짓하기 시작했다. 가을은 모든 활동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계절이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계절이랄까? 독서와 여행을 즐기기에도, 추석 덕분에 온 가족이 모여 포근함을 만끽하기에도 좋은 때다. 이렇게 몸과 마음이 든든해지는 계절이 되면, 봉평에서의 추억이 떠오른다.


‘봉평’하면 ‘메밀’, ‘메밀’하면 ‘이효석’이 연상된다. 작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 때문이다. 메밀꽃이 보이는 곳마다 펴 있어서 마치 소금을 뿌린 듯한 감상을 작품 속에 담아낸 그.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지.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 없이 하얀꽃이야.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_ 『메밀꽃 필 무렵』중

겨울이 아님에도 새하얀 풍광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메밀꽃 필 무렵의 봉평이다. 스치는 곳곳마다 소담한 메밀꽃이 수줍게 얼굴을 내민 모습이 마치 아가의 뺨처럼 풍만하고 사랑스럽다. . 보이는 것 이상의 보드라운 감촉은 아가의 속살과 닮아 애정을 극대화시킨다. 9월 초순에서 하순에 개화하는 메밀꽃은 꽃말까지도 설레게 만드는 ‘연인’이다.



그렇다. 이맘때쯤의 봉평은 연인들이 가득한 곳. 그래서 더욱 설레는 장소다. 특히, 이효석문화마을 일대의 수만 평에 이르는 들판에는 연인들의 매력이 장관을 이룬다. 쾌청하고도 드넓은 하늘과 선선한 가을바람이 연인들의 댄스를 더욱 극적으로 연출하도록 부추긴다. 이효석문학관으로 향하는 길에는 이효석의 얼을 기린 가산공원이 있고, 그 옆으로는 물에 빠진 허 생원을 동이가 업고 건너던 장면의 배경이 되는 흥정천이 있다. 그 외에도 성 서방네 처녀와 허 생원의 사랑공간인 물레방앗간, 허 생원인 힘겹게 넘었던 노루목 고개도 만날 수 있다.


이효석문학관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소설가의 향’을 만끽할 수 있다. 육필원고와 유품 등이 마련된 문학전시실, 작업실 등에서는 작가의 삶을 확인할 수 있다. 재미있었던 점은, 메밀을 소개하고 이용한 요리들이 안내된 공간도 마련돼 있다. 주변부가 넓고 문학관 뒤쪽으로는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로도 있어, 여행객들에겐 봉평의 분위기에 한껏 취할 수 있다.





문학관 아래쪽으로는 꽃길로 이어진 생가 터를 만나볼 수 있다. 문학관에서 필자는 작가에 대한 ‘반전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가령, 그의 ‘가산’이라는 호는 대학생 시절 축구동아리에서 얻게 된 것이며, 서울대 출신에 학창시절에는 늘 1등을 고수했던 그는 교육자 집안에서 나고 자란 풍족한 환경의 엘리트였다는 점. 생활 또한 시대를 앞서갔던 그였다. 홍차를 즐겨 마셨고, 특히 카페모카를 좋아했다고 ….. 세련된 그였다. 

메밀꽃 개화가 막 시작되는 이맘때쯤, 오는 1일부터 9일까지 열흘간 봉평면 일대에서는 ‘효석문화제’가 개최된다. 문학의 감성과 가을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그야말로 ‘가을날의 축제’이다. 이효석 문학관 일대를 둘러보는 걷기체험과 효석백일장, 이효석 문학강좌 등의 체험행사와 각종 공연과 먹거리들이 향연을 이루는 행사다.

강원도 여행 시에는 다양한 메밀요리들을 즐기는 데 소홀하지 말 것! 전통시장을 찾으면 줄을 잇는 메밀전병 가게에서 메밀전과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켜는 맛, 메밀싹을 이용한 메밀싹비빔밥, 누군가가 ‘메밀~’이라 외치면 자연스레 따라오는 ‘무~욱(묵)!’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메밀묵사발은 강원도 별미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다.


메밀싹비빔밥과 메밀묵사발
메밀전병



‘메밀꽃 필 무렵’을 상상이 아닌 현실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이효석문화마을 일대를 찾아 메밀(연인)들의 댄스를 감상하길 권한다. 특히 축제 기간에 찾는다면, 문학감성을 찾아 떠나는 이색적인 여행으로도 추억거리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작가의 문학을 접하고 사색하면서 한 뼘 더 성장할 수 있기에 의미 깊은 여행이 될 것이다.

‘물질이니 사랑이니 목적이니 생명 이외의 욕망은 모두 사치한 야욕 같았다. 
현재 살아 있다는 기쁨이 여러 가지의 욕망을 일시 해소시켜 버린 것이었다. 
생명의 기쁨. 그것이 새삼스럽게도 끔찍한 행복이었다.’ 
_<일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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