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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일드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


스님과 직장인의 로맨스. 역시, 일드의 세계는 남다르다. 주지스님 자리를 앞둔 타카네는, 영어 강사로 잘 나가는 준코에게 반한 후 '집요한 구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일하고자 하는 준코에게 스님과의 결혼은 하고 싶지도, 해서도 안 되는 일. '중의 아내'가 대단한 일이기라도 하듯(뭐, 어떤 시각에서는 위대한 자리이기도 하다) "내가 결혼해드리겠습니다"라는 자만감을 뽐내는 타카네와 그를 피하기 일쑤인 준코. 과연 이들의 로맨스는 행복하게 마무리될 수 있을까?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의 감상 포인트로는 이런 것들이 있겠다. 세상 물정 모르고, 진정한 사랑을 처음 자각하게 된 '다른 세계의 인물' 타카네가 속세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세계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 집요하게 사랑과 결혼을 갈구하는 타카네와 집요하게 거절하는 준코의 대립 관계. 물론, 이 과정이 우스꽝스럽고 사랑스럽다는 것이 매력! 싫다는 여자의 뜻에도 자신의 사랑을 열심히 표현하고,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주는 스님의 순애보. 거기에, 밝디 밝은 준코네 가족들의 일상과 그녀의 근무처인 학원 내 사람들의 연애 관계들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한편, 이 드라마에는 '꿈(일)과 사랑'이라는 두 갈래의 소재가 있다. 오랫동안 꿈을 향해 달려 온 준코와 주지 스님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수련해 온 타카네의 열정. 그리고 이 두 열정적인 사람들의 사랑이 이 드라마의 주제 의식의 밑거름이 되는 소재들이다. 사실, 일과 사랑 모두 쟁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둘 중 어느 것 하나에 열정이 기운다면, 결과 역시 그쪽으로 치우칠 확률이 크다. 이 맥락은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에서도 이어진다. 아무리 사랑하는 상대를 만나고, 몇 십 년 간 꿈꿔 온 대상이 있다고 한들 예상치 못한 갈등의 기로와 부딪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꿈과 사랑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들의 로맨스. 그 어떤 장애물보다도 극복하기 힘든 영역이다. 하지만, 이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사랑의 힘 아닐까. 스님과 직장인이 겪는 우여곡절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물론, 각자의 마음이 서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어쩌면, 이런 장애를 넘어선 로맨스는 우리네 삶이 예기치 못한 장애물의 연속이며, 이것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현실임을 자각시켜주는 장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드라마의 여주인공 이시하라 사토미의 전작 <수수하지만 굉장해! 교열걸 코노 에츠코>에서의 사랑스러움에 반해 찾아보게 된 <5시부터 9시까지 나를 사랑한 스님>. 이 드라마에서도, 앞서 감상한 작품에서만큼은 아니지만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그녀다. 한편, 실제 커플이기도 했던 야마시타 토모히사와의 케미도 좋다. 단순한 스토리이기는 하지만, 일본 특유의 사랑스럽고도 엉뚱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드라마. 로맨스 일드를 좋아한다면, 혹은 입문하고자 한다면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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