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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 리뷰

타인의 시작을 비웃지 마라!

누구에게든 시작은 낯설고 서툴다. 또한, 그 시작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도 한다. 영화 <나를 차버린 스파이> 속 주인공들 역시 예기치 못한 시작을 경험한다.


서른 살 생일을 맞은 평범한 여성 오드리는, 파티 분위기를 만끽하지 못 한다. 이유는, 남자친구 드류로부터 문자로 이별을 통보받았기 때문이다. 실의에 빠진 오드리를 위로해주는 단 한 명의 인물은 절친인 모건. 그녀가 오드리에게 제안한 통쾌한 이별 대처법은 오드리 집에 있는 드류의 물건들을 태워버리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드류와의 추억을 지워버리려던 중, 오드리는 전 남자친구가 CIA 요원임을 알게 된다. 그리고, 드류가 남기고 간 트로피가 전세계 첩보원들과 암살자들이 찾고 있는 중요한 물건인 것도 알게 된다. 상황이 다급해진 드류는 오드리의 집을 찾고, 행적이 들통난 드류는 누군가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한다. 이후, 오드리와 모건은 드류의 유언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향한다.



영문도, 이유도 모른 채 임무를 수행해야하는 입장에 처한 오드리와 모건. 영화 포스터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세상 제일 무서운 건 초짜다'라는 카피에 걸맞게, 그녀들은 '무서운 추진력'으로 위기 상황들에 대처한다. 중요한 물건을 쫓는 MI6 요원과 킬러들을 서툴지만 과감하게 처리하는 과정은, 지금껏 봐왔던 스파이물들과는 조금 다른 액션을 자랑한다.


우리가 지금껏 봐왔던 스파이물에서의 주인공들은 그야말로 베테랑급이었다. 그와 반대로 <나를 차버린 스파이> 속 인물들은 얼떨결에 사건에 연루돼, 자신들만의 방법들로 임기응변을 발휘한다. 서툴고 낯선 모습들은, 처한 당사자들에겐 위험천만한 상황들이지만 보는 관객들에게는 웃음을 자극하는 요소들이다. 우리가 여행(혹은 모험)을 떠나 예기치 못한 사건사고들에 부딪히는 것처럼, 오드리와 모건에게는 임무 수행 과정들이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겠다. 아니, 그녀들이 처한 상황은 웬만한 사람들은 좀처럼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모험이다.



얼떨결에 첩보전에 끼어든 여성들은, 결국 '사건 해결자'가 된다. 일급 첩보원과 암살자들과의 혈투는 물론이거니와, 현란한 카체이싱은 서툶의 불안함이 더해져 관객들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거기에,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서커스 공연장에서의 격투 신 역시 진귀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위 액션들의 멋을 배가시켜준 포인트가 4DX 관람이었다. 총격신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바람과 맨몸 액션의 체감도를 높여주는 모션들. 특히, 카체이싱 신들이 많은 영화라, 모션체어와 움직임이 주인공들과 한 차에 탄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무더위에 지쳐있는 요즘, 통쾌한 액션 영화와 극적인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느끼게 해준 장치들로 시원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4DX 포맷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언제 모션체어가 발동될지, 어디에서 바람과 주먹질(?)이 튀어나올지 기대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 <나를 차버린 스파이> 속 여성들의 앞날은 어떻게 됐을까. 물론, 예상 가능했겠지만 스파이의 일원이 된다. 블링블링한 옷을 입고 다부진 맵시를 자랑하며 어딘가로 향하는 그녀들의 발걸음은 당당하고 멋있다. 시작은 서툴지만, 결과는 창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 액션물. 확실히 매력있다. 특히, 같은 여성으로서 '걸크러쉬'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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