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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
스타일과 서사 다 잡았다!

영화 <서치>는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혁신적인 추리 과정을 통해 스릴과 사회성 다 잡았다. 소셜네트워크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데 일부였던 영화들은 있어왔지만, 이 작품에서처럼 '전적으로 큰 역할'을 한 사례는 없었다. 전례없는 '트렌디한 추리법'이 돋보이는 이 영화의 감독 아니쉬 차간티는 첫 장편 데뷔작을 통해 '스크린 라이프'라는 새로운 영화 문법을 창작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는, 화기애애한 한 가족의 일상을 보여준다. 컴퓨터 속 사진 폴더를 클릭해 보여주는 아빠 데이빗과 엄마 팸, 어린 딸 마고의 웃음 가득한 일상은 <서치>의 심각성과는 전혀 다른 밝은 면모를 내비친다. 그러던 것도 잠시, 우리는 팸이 암에 걸려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렇게 아빠와 딸만이 남겨진 가정. 그럼에도 서로의 관계는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 비록, 우리가 시작에서 봤던 화기애애한 분위기까지는 아니지만, 둘은 통화도 꽤 자주 하고 페이스타임, 문자 메시지도 자주 하는 등 괜찮은 부녀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마고가 사라진다. 스터디 모임에서 밤샘 공부를 하겠다던 마고가 데이빗에게 몇 통화 전화와 페이스타임 연결을 시도한 뒤다. 숙면에 든 아빠는 딸의 연락을 다음 날 아침에서야 확인하고 전화와 문자 연결을 시도하지만 마고의 피드백은 없다. 계속되는 연락에도 묵묵부답인 딸이 걱정되기 시작한 데이빗. 그때부터 데이빗은, 마고가 두고 간 노트북에 접속해 딸의 일상과 주변 사람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데이빗과 동일한 상황에 처한다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활용할 것이다. 마고의 노트북에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SNS에서부터 낯선 것까지 다양한 서비스들이 설치돼 있다. 비공개 계정인 마고의 SNS의 암호를 풀어 접속해, 피아노 학원 선생님과 친구들의 연락처를 알아내 마고가 사라진 당일의 스케줄을 파헤치는 등 딸 찾기에 고군분투하는 데이빗의 모습에서는 뜨거운 부성애를 느낄 수 있다.



사건이 심각해지자, 경찰의 도움을 받고 사건을 풀어나가려는 데이빗. 너무 깊숙이 사건에 침투해 걱정스러운 행동을 하기도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누구든 비슷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데이빗이 택한 온라인 수사 과정이 결국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는 하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드러난다. 우선, 온라인에는 너무 많은 정보들이 존재하고 그것들 모두가 정확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이다. 가령, 페이스북 등의 SNS 친구들이 실제(오프라인) 친구가 아닐 수 있다는 점, 익명의 누군가는 신분부터 일상까지 모든 것을 거짓으로 뒤덮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이 때문에, 데이빗의 수사는 순항으로만 이어지지 않는다. 또한,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점은 '딸을 잘 알고 있다'라고 생각해오던 아빠의 착각이다. 마고는 그 누구에게보다 아빠에게 비밀이 많은 인물이었다. '진짜' 이름과 얼굴을 모르는 온라인 속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감정을 데이빗은 이 사건이 있기 전까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관계의 아이러니다.


이렇듯 <서치>는 SNS를 퉁한 수사 과정을 보여주는 '트렌디한 범죄 드라마'인 동시에, 현 사회 문제를 꼬집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뿐만 아니라, 형식 면에서도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특별함을 보여줘 '신선함'까지 갖추고 있다. 영화의 시작 부분에서 몇몇의 관객들이 '어이 없다', '뭐야?'라는 말을 내뱉으며 당황해하는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직접 영화관에서 확인하길 바란다.


특히 좋았던 것은, 극이 진행될수록 흥미진진해진다는 점이다. 마고의 실종은 가출일까 납치에 의한 것일까에 대한 의문, 그녀의 생존 여부에 대한 미스터리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들의 감정을 불편하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서치>에는 '반전'도 있다. 이 반전 역시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계정에 접속할 수 있고, 일면식조차 없는 이에게 속내를 털어낼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라는 사회망. 물론, 이 집단에는 순기능도 있다. 하지만 <서치>를 보며, 좀 더 신중하게 온, 모바일 활동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참신한 형식에다 흡인력 있는 서사까지 갖춘 <서치>. 오는 문화의날에는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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