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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그레이드>,
기술에 지배당한 인간의 모습은?


영화 <업그레이드>는, <겟아웃>과 <해피 데스데이>로 전 세계 관객들을 흥분시킨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관객들의 기대치를 높이고 있는 작품이다. 그 기대. 영화 관람 전까지 안고 가도 좋다.


흡인력은 물론, 시사성과 철학적 고찰까지 갖춘 <업그레이드>는 '영리한 작품'이다. '기술의 업그레이드가 인간 문명까지 업그레이드시켜줄 것인가'라는 시대 반영적인 고찰을 탐하는 이 영화는, 놀랍게도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서 보고 즐길거리까지 제공해 준다.


우리의 세계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다. 삶의 일부에는 기술이 깊숙이 스며들어있고, 의식하지 않고도 우리는 그것들을 기꺼이 활용한다. AI시대가 도래되면서, 웬만한 활동에는 우리가 직접 손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다. 음성인식, 기기 작동의 자동화 등은 확실히 우리의 수고를 덜어준다.


하지만, 이 발전이 우리의 삶 전반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알다시피, 세상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 100% 좋고 옳은 것은 없다. 특히, '감정이라는 걸 지닌' 인간에게는 '완벽'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인간은 개별적인 존재인데다, 알고리즘에 따라 움직이는 기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미래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몰고가던 그레이 트레이스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후,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 의해 아내가 살해되고 그레이는 사지마비 상태가 되고 만다. 아내를 범인을 찾고 싶지만, 온 몸이 마비된 그는 그 어떤 실행도 할 수 없는 상태다. 그러던 중, 그레이에게 희소식이 찾아온다. 자신의 고객인 IT기업 CEO 에론 킨이, 최첨단 두뇌 칩인 '스템'을 이식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제안을 받아들인 그레이는, 그야말로 '업그레이드된 인간'이 된다. 활동은 물론, 초능력이라 말할 수 있을 법한 초강력 액션으로 상대를 무찌를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스템이 그레이의 일부가 아닌, 그를 지배하는 주체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레이의 몸을 빌어, 해당 상황에서 제멋대로 능력을 발휘하는 스템. 주객전도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후에 펼쳐지는 통제 불능 액션은, 그레이가 원치 않은 잔혹한 사건들로 이어진다. "이 사람은 안 돼!", "그만해!" 등의 외침은 스템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감정 없는 기기에게는 모든 액션이 철저히 계산된 확률과 값으로 인식될 뿐이다. 오류가 없기 때문에, 멈춰야 할 때를 모르고 도가 지나친 결과로까지 이어지니, 감정을 지닌 우리(관객)들은 눈살 찌푸릴 수밖에 없는 상황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감탄하게 되는 이유는, 스템(그레이)의 무차별 액션 신이 스타일리시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보기 불편한데, 눈이 가는 액션 장면들. <업그레이드>가 지닌 강점들 중 하나다.



그렇다면, 그레이의 선택은 올바른 것이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다'라고 답하고 싶다. 아내를 죽인 자를 찾겠다는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레이는 이런 끔찍한 앞날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내가 그의 상황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끔찍한 상황들을 보니 우리가 기기의 힘을 빌어 업그레이드될 필요는 없다는 명백한 생각을 하게 됐다.


이미 상당 부분에서 기술의 영향을 받고 있는 우리들. 확실한 점은, 기술은 점점 발전할 것이고 언젠가는 <업그레이드>가 그린 세계가 현실화될 날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기술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문명의 진화만을 가져다 줄 것인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이 영화가 마지막에 보여주는 상황을 원하는 이는 그 누구도 없을 테니 말이다.


철학적 메시지를 스타일리시하고 흥미롭게 그려낸 <업그레이드>는 영리하고 재기발랄한 작품이다. 단순한 액션, 스릴러물이 아닌 '메시지를 안은' 블룸하우스의 신작은 또 한 번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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