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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다함 문화소믈리에 Sep 07. 2018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이런 영화 처음이야

오랜만에 신선한 작품을 만났다. 분명, 한 편의 영화를 봤는데 세 개의 장르(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좀비물, 포복절도할 수밖에 없는 코미디, 영화판을 보여주는 (페이크)다큐멘터리까지.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이렇게 '다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좀비물

영화는 37분 간 이어진 원테이크 좀비물로 시작된다. 좀비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시작되지만, 갑자기 '현실 좀비물'로 변해 당혹스러움을 선사한다. 일종의 '괴담물' 같은 것이다. 괴담이 퍼져있는 으스스한 촬영 현장에서의 으스스한 촬영이 화를 불러일으켰다는 다소 익숙한 내러티브의 영화일 줄로 알았다. 하지만, 어디선가 흐름이 뚝뚝 끊기는가 하면, 배우진들이 '연기하는 듯한' 어색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많이 겁먹었구나'라며 그들을 이해하게 만드는 우여곡절의 순간들을 지나, 결국 영화는 그럴듯한 호러물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다.

(페이크)다큐멘터리

어라? 그런데, 엔딩 크레딧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가는 것이다. '뭐지? 벌써 끝이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새로운(카메라 밖) 상황을 보여주는 한 달 전 시점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식 에피소드가 새롭게 시작된다. '알고 보니', 앞서 관람했던 좀비물은 영화가 아닌 'TV 프로그램(생중계로 방송된 원테이크 좀비물)'이었던 것이다. 연출을 맡게 된 감독은, 저예산에 그럭저럭 봐줄 만한 영상 제작자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황당한 기획이라 생각했지만, 일을 맡게 된 이상 책임의식을 갖고 '어떻게든' 방송 사고를 내지 않고 완성해 낸다(그럭저럭의 퀄리티가 아닌, 기대 이상의 성과로 보여진다).

비하인드 스토리

뭐든 '뒷 얘기'가 흥미로운 법이다. 우리가 본 37분의 좀비물은 험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작품이다. 배우진들은 하나같이 작고 큰 문제를 지니고 있고, 심지어 촬영까지 힘들 정도로 말썽을 부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생중계 연출이다 보니 '어떻게든'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 그로 인해, 진짜 감독이 영화 속 감독이 되는가 하면, 감독의 아내가 돌연 배우가 되기까지 한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감독은 술을 마시고 인사불성 지경에 이른, 물 한 번 잘못 마셨다 배탈이 난 배우 등 짜증 유발자들을 제어하느라 본인이 등장하지 않는 때에는 스태프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 보기만 해도 온 몸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상황. 험난함의 연속이다.

그런데, 웃기다

촬영장 속 당사자들은 예기치 못한 상황 대처 때문에 체력 고갈 지경에 이르지만, 그 상황들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웃을 수밖에 없다. 좀비물의 제작 과정이 이렇게 웃겨서야 될 일인가! 카메라 앵글에서 벗어난 현장은 엽기 그 자체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난무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다. '내가 겪으면 싫지만, 남이 겪는 걸 보니 웃긴', 그야말로 '웃픈' 상황들 덕분에 관객들은 포복절도를 경험하게 된다.

스태프들의 애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더니, 금세 폭소하게 만드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여기에 이 영화는 스태프들의 애환까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요소까지 담고 있다. 짧다면 짧은 한 편의 영상이 만들어지기까지 감독과 배우진을 포함한 현장 스태프들이 흘린 피, 땀, 눈물의 양은 상당하다. 완성된 영상(영화)를 화면 밖에서 지켜보는 이들은, 스테프들의 고충을 알 리가 없다. 이해는 한다고 해도, 그 상황을 온전히 안다고는 말 못할 것이다.

영화 속 프로그램 관계자들만 봐도 그렇다. 적용할 수 없는 헛소리를 해대는가 하면, 영상을 보는 중에 개인 업무를 하며 관심조차 두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저 생중계가 별 탈 없이 끝났다는 점에서 안도할 뿐이다. 그들의 모습은, 영화를 대하는 관객들을 대변해준다고 볼 수 있다.

고백하건대, 나 역시 영상 전공자라 영화(영상물)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큰 고충들이 뒤따르는지 체험해본 바 있다. 그래서 웬만해선, 영화들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그렇기에 감독들의 세계관과 표현 방식들도 모두 다를 것임을 인정하고 영화관람을 하자는 주의를 갖고 있다. 단순히 세계관과 표현 뿐만 아니라, 모든 활동들에는 예산과 인력 등의 문제도 뒤따른다. 아니, 굉장히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보다 좋은 모습으로 세상에 탄생하기까지는 돈과 사람의 힘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보면 알겠지만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는 수많은 요소들이 얽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를 대할 때 스태프들의 노고가 깃들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게 삶

나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가 '삶에 대한 이야기'라 생각한다.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그 과정을 극복해야만 무언가를 완성할 수 있는 우리네 삶. 모든 면들이 생각하는대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사전엔 '실패'라는 단어가 존재하지도 않았을 텐데.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실패로 하여금 얻을 수 있는 기쁨을 이야기하고 있다. 스태프들이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이 그것을 말해준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확실히 진귀한 영화다. 기발하게 웃기는 이 작품. 꼭! 꼭! 영화관에서 만나보기를 권해드린다. '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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