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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브루클린>

'진짜 마음 둘' 고향

이 영화는, 작품 자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내겐 작품 속 캐릭터가 처한 상황과 그녀에 대한 공감도가 높아서 더욱 좋았다.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용감한 발걸음을 한 엘리스. 하지만 역시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엘리스의 적응기는 상대적으로 순탄해보이지만, 그녀의 내면은 보여지는 것보다 훨씬 낯설고 두렵고,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아름답지만, 긴장이 역력한, 순수하고 두렵지만 그것을 감출 수 없는 순진한 눈빛을 품은 시얼샤 로넌의 눈동자색은, 영화 속 엘리사를 표현하기에 거의 완벽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앨리스


수많은 이방인들이 살아가는 곳, 미국. 그곳에서 엘리스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지만 그 또한 낯섦의 대상이다. 미국의 문화에조차 낯선 그녀는 이탈리아계 미국인 남성을 만나 또다른 낯섦을 경험하게 된다. 다소 힘겨운 환경이지만, 적응을 해나가던 엘리스는, 언니의 죽음으로 자신의 고향에 잠시간 머물게 된다. 미국문화를 경험한 엘리스에게 그녀의 본 고향은 또 다른 낯섦을 선사한다.



엘리스에게 있어, 아일랜드의 시골마을은 향수의 대상인 동시에 벗어나야만 하는 곳이기도 하다. 과거의 삶과 가족이 있지만, 사랑과 이상을 위해서는 벗어나야만 하는 곳. 물론, 엘리스는 갈등한다. 하지만, 야망이 큰 그녀에게는 이미 답이 확정된 듯 보여진다. 필자 또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았었고 노스탤지아를 경험해오고 있다. 가족이 고향을 벗어나 있는 지금도 부산이라는 고향, 그 공간과 추억들은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엘리스의 감정과 갈등, 상황에 깊이 감정이입될 수 있었다.



살아감에 있어, 선택의 순간은 틈을 모를 정도로 자주 찾아온다. 작은 선택들도 많지만, 엘리스의 선택은 삶에 있어 제법 중요한 결정을 요한다. <브루클린>은, 엘리스가 자아를 찾아가는 성장영화다. 이 영화를 빌어, 필자 또한 앞날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엘리스, 그리고 나의 '진짜 고향'은 어디가 될 것인가?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을 동시에 하게 만들어 준 영화<브루클린>. 내겐 고마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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