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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민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아메리칸 드림은 그저 '꿈'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부푼 기대를 안고 뉴욕에 도착한 여자, 에바. 하지만 여동생이 결핵이라는 이유로 입국 거부를 당하는 등 그녀의 뉴욕에서의 삶은 시작부터 우울하다. 그러다 홀로 맨하탄 빈민가에 남겨진 에바. 무일푼인 그녀는 동생을 찾기 위해 우연히 마주친 브루노의 도움으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과연 그 일자리는 에바에게 득이 되었을까?


영화의 원제 중 하나는 Lowlife(하층민)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에바의 삶 전반은 하층민에 다름 아니다. 가족도, 경제력도, 심지어 발을 디딜 자신의 공간도 없는 그야말로 '위태로운' 삶이다. 경제적 빈곤 외에도 에바는 정체성, 사랑에 있어서도 계속적인 위태로움에 휩싸인다. 그렇다면 그녀와 만난 두 남자, 브루노와 올란도는? 그들의 삶 또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에바와 브루노, 올란도는 사랑 때문에 더욱 불안하다. 그들은 온전한 사랑을 하지 못한다. 특이점은, 그들의 사랑에는 '현실적인 목적'이 중심에 있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진정성은 부식된다. 사랑과 우정이라는 근간, 기본적인 욕망까지도 하층민의 삶에서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과연 이 영화에서 작은 희망의 조각이라도 발견할 수 있었을까? 에바는 칼을 들고, 브루노와 올란도는 총을 든다. 윤택한 삶을 위함이 아닌 최소한의 자기 방어, 생계를 위해 무기를 거머쥔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그들에게 사랑은 사치에 불과하다. 일그러진 자화상…. 영화는 거울과 창을 통해 그것을 시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해낸다. 우리는 일그러진 에바의 얼굴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자유의 여신을 갈망하지만 최소한의 인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에바의 삶, 사랑과 현실 위를 줄다리기하는 브루노, 사랑을 갈망하다 삶이 증발된 올란도. 그들의 아프고 힘겨운 삶은 영화가 일관하는 그을린 색채, 그보다도 암담하다.


또다시 원점. 에바는 어디론가 떠난다. 그것은 희망이라기보단 또다른 불안으로 느껴졌다.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그녀? 아픔 그 이상의 고통을 형언하기란 쉽지 않지만, 어쨌든 <이민자> 속 인물들의 삶이 최소한 내겐 주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삶을 위해 감정을 터치하는 장면들에서는 영화<연인(L'Amant, The Lover, 1992)>이 연상됐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을 다뤘다는 점에서도 두 영화는 일맥한다. 불안한 삶은 인물들의 영혼까지 앗아가버렸다. 영화에서 보여줬던 삶은 아픔의 연속이지만, 앞날은 '최소한' 그보다는 나아졌길 기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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