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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장 커의
<스틸 라이프, 三峽好人>

그리운 그때 그 사람들

문명은 급변의 산물이다. 옛 것들은 부서졌고 자연은 훼손됐다. 심지어 사람들도 흩어졌다. 지아 장 커 감독의 영화<스틸 라이프>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되찾아가는 과정과 어쩔 수 없이 현실에 적응해야만 하는 아픔을 동시에 안은 작품이다.


탄광에서 근무하는 산밍은, 16년 전 자신을 떠난 아내와 딸을 찾으러 산샤를 찾는다. 그곳은 현재 홍수로 인해 수몰지역이 됐고, 그로 인해 사람들은 흩어졌다. 현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이곳은 하루종일 노동자들의 망치소리만 울릴 뿐이다. 산밍은 산샤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현대화된 인물'이다. 사랑과 정을 찾아 고향으로 왔지만, 그것들을 그리워하지만 그가 몸에 지니고 있는 것들은 담배와 술이다. 이것들은 그와 산샤 주민들에게 달콤한 위로가 되는 현대문물의 표상이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진다. 이제 산샤의 강 풍경은 '지폐'에서나 볼 수 있는 '유물'이 되어버렸다. 주민들의 터전이자 아름다운 자연의 공간이었던 곳을 이제는 직접 만나볼 수 없다.



사랑과 정을 찾기보다는 지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은 그것 때문에 하루종일 노동한다. 옛 것들(주거지 뿐만 아니라 추억들까지)을 붕괴시키는 것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영화는 산밍의 에피소드와 병치되는 셴홍의 사연 하나가 더 등장한다. 그녀는 2년 전 일자리를 찾아떠난 남편을 찾아 산샤로 온다. 어렵사리 그와 연락이 닿는 사람과 만나게 되지만, 그 그리고 셴홍은 이미 멀어진 후다.

셴홍 또한 산밍과 마찬가지로 현대문물들을 지니고 다닌다. 차와 사탕이 바로 그것이다. 셴홍은 늘 갈증에 시달리듯 '정수기'의 물을 마신다. 그녀가 느끼는 갈증은 현대화와 인간관계의 가뭄으로부터 기인된 것일테다.



그렇게 추억을 찾아 산샤를 찾은 산밍과 셴홍의 여정을 통해 중국의 현대화를 담담하게 담아낸 <스틸 라이프>는 그야말로 '역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동시에 '현대화를 풍자'한다. 사실, 풍자라기보다는 영화가 보여주는 풍경들이 '진정한 현실'이다. 제목처럼 연출에서도 정적이 흐른다. 그 담담함 때문에 더욱 슬퍼진다. 현대화를 좇는 주민들의 모습은 더 현대화된 우리들이 보기엔 생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하나의 '역사물'이다. 현대화의 병폐에 대한 진단과 앞으로 볼 수 없는 과거의 기록이다. 이같은 작품은 계속 나와야만 하고, 지나친 발전에 반성도 해야 할 것이다. 보존되어야 할 것들은 정지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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