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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털 엔진> 4DX 관람 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뜻하다

<모털 엔진>은 상상력의 대가 피터 잭슨의 또 다른 세계를 확인해볼 수 있는 영화다. 피터 잭슨의 사단이 제작을 맡은 이 작품은, 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미래의 인류는 60분 전쟁의 결과로, 움직이는 도시 '견인 도시'에서 살아가게 되고, 이 도시는 작은 규모의 도시들을 포획하며 세력을 확장해나가는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은 오프닝 시퀀스부터 강렬했다. 견인 도시 런던이 작은 도시를 사냥하기 위해 질주하는 장면은 생경한 동시에 극의 묵직함을 예고한다. 건물들이 쌓여 하나의 거대 건물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견인 도시는, 낯설지만 그럴싸하다. 피터 잭슨의 상상력을 십분 느낄 수 있는 견인 도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건물들을 연상케 만든다. 애니메이션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장면들의 실사화하는 데 성공시킨 피터 잭슨의 <모털 엔진>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매드맥스>와도 흡사하다.



거대 견인 도시는 위기에 처한 작은 도시들을 포획하여 잠식시킨다. 권력을 쥐려는 자(도시)와 그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자(도시)의 계급화는 전쟁의 역사를 상기시키는데, 여기에서 피터 잭슨 사단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모털 엔진>에서는 단순한 액션 신들의 나열이 아닌, 계층과 계급의 주제 의식이 상당 부분 녹아있다. 뿐만 아니라, 휴머니즘을 강조하려는 측면도 돋보여 황폐한 배경과 인류 속에서도 중요시되어야 할 점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각인시킨다.


영화에는, 복수와 다양한 종류의 사랑이 공존한다. 엄마를 죽인 자를 찾아 복수하려는 헤스터 쇼와 그녀를 길러 온 반인반로봇 슈라이크, 헤스터 쇼와 사랑에 빠지는 톰 내츠워디의 관계에서 우리는 인류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불현듯 나타날 수 있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서도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인간의 가치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다.



이렇듯 <모털 엔진>은, 3000년대라는 먼 미래를 그리고 있음에도 인간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을 거라는 따듯한 메시지를 품고 있다. 결국, 이기적인 인간은 멸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고 위기를 극복해내려는 끈끈한 관계는 승리한다는 결론. 주제 의식만 놓고 보면 진부할 수 있지만, 영화가 그려낸 미래 사회의 모습은 결코 뻔하지 않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펼쳐지지만, 그 위를 수놓는 인류애는 어둠을 밝게 승화시킨다.



영화는 시종일관 어둡고 묵직하게 전개된다. 이에 다소 지루함을 느낄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이 지루함을 달래줄 포맷이 바로 4DX이다. 4DX로 관람한 필자는, 광활한 미래 세계를 훑는 모션 체어의 무빙을 통해 보다 선명하게 신세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견인 도시의 액션과 전투 신에서의 4DX 연출은 장르적 재미와 생명력을 드높이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육해공을 오가며 펼쳐지는 다양한 도시들과 그들 간의 전투 장면들은 바람, 에어샷 등의 효과로 하여금 더 큰 스릴을 느낄 수 있었다.


디스토피아적 세계관과 상처 입은 영혼들을 위로하는 <모털 엔진>. 그래서인지, 어둡고 무겁다는 느낌보다는 따스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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