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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리뷰,
위기는 반복된다

IMF를 알리고,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경고를 날린 점에서는 성공적!

위기는 반복되고, 그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심하는 자세와 꿰뚫어볼 수 있는 통찰력이 필요하다. 모두가 알고 있는 자세이지만, 정작 실행하는 이들은 드물다. <국가부도의 날>은 첫 문장의 메시지를 실제 우리가 겪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해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는 1997년 IMF 위기 속에서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이들을 그려낸다. 국가부도까지 남은 일주일 간, 위기를 막으려는 자와 숨기려는 자, 위기에 베팅해 욕망을 채우려는 자와 위기에 굴복해 모든 것을 잃어가는 자들의 상황을 보여주는 이 작품. 하나의 문제(위기) 아래에서, 다층화된 캐릭터들을 통해 역사를 인지시키고 감정이입을 유도한 점이 <국가부도의 날>의 인상적인 연출 방식이다.



<국가부도의 날>은 역사 상 잊을 수 없는, 잊혀지지 않는 국가 위기 상황을 소재로 끌어들였다는 점만으로도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위기는 반복된다'는 명제 아래에, 관객들로 하여금 20여 년 전의 아픈 역사가 언젠가 되돌아올 것이라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와닿는다. 당대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아픈 과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IMF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이들에게는 과거를 재조명하게 만드는 효과를 발휘했기에 기획 의도를 명확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반복되는 위기 상황을 짚었줬고, 언젠가 도래할 위기 상황에 대해 최다수가 모인 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팁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점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야하는 것이 영화적 의무는 아니지만, 영화 감상이 끝난 이후에 마음 속 한 켠에 남은 찝찝한 감정은 숨길 수 없다. 작중 갑수(허준호 역)와 같은 대부분의 관객들(소시민)은 위기가 되풀이됐을 때, 같은 행보를 걸어야만 할 것 같은 또 다른 불안을 안고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의 욕망을 품고 위기를 기회로 이끌어 낸 윤정학(유아인 역) 같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위기를 욕구 성취의 기회로 맞받아칠 만한 지식과 용기를 지닌 이들이 얼마나 될까. 결국, 영화를 통해 희망을 다짐한 이들은 정학의 상황과 같은 달콤한 꿈을 꾸겠지만 이는 현실과는 다분히 먼 이야기일 뿐이다.


한편, 국가부도의 위기를 앞두고 경제 전문가 집단과 정계의 팽팽한 대립은 이 영화의 핵심적인 볼거리로 작용한다.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맡은 김혜수와 사실을 은폐하기에 급급한 재정국 차관 역을 맡은 조우진의 팽팽한 대립은 <국가부도의 날>를 이끌어나가는 핵심 요소다. 위기의 적격탄을 맞을 소시민들과, 나아가 국가의 존립을 진심으로 위하는 시현과 시민들이 겪을 아픔은 간과한 채 이기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재정국 차관의 대립각은 관객들의 분노를 일으키게 만든다.



현대사와 이를 기반으로 각색한 스토리가 담겨있는 팩션 영화인 <국가부도의 날>에는 역사와 휴머니티가 어우러져 있다. 하나의 위기 상황 아래에서 다양한 계층의 입장을 보여준 설정은 높이 평가하지만, '위기는 반복된다. 그러니, 의심하고 또 의심할 것. 끊임없이 사고할 것. 세상을 깨어있는 눈으로 바라볼 것'에 대한 주제 전달이 잘 됐는지에 대해서는 되짚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IMF의 위기를 극복한 데에는 국민들의 힘이 컸다. 덕분에, 대한민국은 지금까지 존립할 수 있었고, 영화 속 메시지처럼 위기를 기회로 맞바꿔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하지만, 또 다시 위기가 찾아올 거라는 불행한 전망이 도사리고 있는 시점이다. 이 상황에서 <국가부도의 날>의 등장은, 국민들에게 경제 위기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위기에 대처하는 실질적인 방법론을 제시하진 못했지만, 경제 시장에 관심을 갖고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이 영화. 예상보다 높은 관객 상승율을 보이고 있어, 흥행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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