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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스터 스마일> 리뷰,
직업으로서의 절도범

미소의 기술에 대해 배워볼까



<미스터 스마일>은 인물과 스토리, 주연을 맡은 로버트 레드포드의 궁합이 돋보이는 영화다.


영화 이야기에 앞서 안타까운 소식부터 적자면, 로버트 레드포드가 은퇴를 선언한 것. <미스터 스마일>은 그의 배우로서의 마지막 작품이다. '미소의 대명사'였던 로버트 레드포드의 은퇴작에 걸맞은 제목을 자랑하는 이 영화. 과연 내용도 미소 지을 수 있을 만할까.


<미스터 스마일>은 60여 년 간 은행을 털고, 30번의 도주로 '탈옥 아티스트'라는 별칭까지 얻게 된 포레스트 터커의 이야기를 다룬다. 실화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절도 방법과 탈옥 횟수를 자랑하는 포레스트 터커는, 캐릭터만으로도 승부를 걸 만한 개성을 갖추고 있다.


여느 절도범들과는 달리, 단정한 슈트를 착용한 채 점장 혹은 직원들에게 우아하게 접근해 현금을 털어 온 포레스트 터커. 그의 남다른 콘셉트는 가히 독보적이다. 이 방법을 안다고 해서 감히 실행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웬만한 경력을 자랑하는 절도범일지라도 시도해볼 수 없는 과감한 기술이다.



포레스트 터커가 슈트 풀착장과 함께 겸비한 것은 '미소'다. 그의 달콤한 무기는 도주 중에 길에서 우연히 만난 쥬얼과의 로맨스에도 활용된다.



이성적으로는 감옥에 집어 넣는 것으로도 부족한 절도범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미소 한 번 지어 보일 때마다 흔들리는 감정은 감출 수 없다. 포레스트 터커가 자신을 절도범이라 밝혔음에도 쥬얼이 그의 매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포레스트 터커를 찬양하는 것은 아니다. 남다른 캐릭터의 절도범의 일상을 보여줄 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헛헛한 미소를 짓게 됐는데, 그 이유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절도를 행하는 기술에 있다. 현금은 물론, 목숨까지 잃을 수 있었던 상황에 직면했던 피해자들은 포레스트 터커를 '신사다운' 인물로 표현했다.


심지어, 이 절도 전문가는 경찰에게까지 미소 스킬을 활용한다.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 존 헌트에게 접근해 미소를 지어 보이는가 하면, 그의 넥타이까지 고쳐 매어준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단언컨대 절도의 기술을 알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희대의 절도범이 우리에게 알려준 가치는 다름 아닌 미소. 때로는 그럴 듯한 차림과 온화한 미소가 총보다 강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그렇다고 미소만 믿고 은행을 터는 무모한 짓을 저지르지는 말자).


<미스터 스마일>은, 미소의 기술로 평생을 절도범으로 살아 온 독특한 인물을 조명한다. 물론, 이 영화가 배움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적어도 로버트 레드포드에게는 흠뻑 빠졌을 것이다. 그로 하여금, 93분 동안은 포레스트 터커의 삶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은퇴작인만큼, 영화 속에는 그의 발자취들이 곳곳에 베어있다. <내일을 향해 쏴라>를 오마주한 오프닝 자막 시퀀스(이 이야기 역시 대부분 실화다), <스팅>의 오마주인 존 헌트가 콧잔등을 만지는 모습, 엔딩의 탈옥 리스트를 훑는 장면에서는 <체이스>의 오마주를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속 포레스트 터커가 전문 절도범이었던 것처럼, 로버트 레드포드 역시 오랜 기간 배우로서 활약해왔다. 그의 은퇴는 아쉽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미소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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