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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577 프로젝트>,
걸으며 성장하는 사람들

몇 달 전, 하정우의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를 읽었다. 그의 팬이라면 이 책을 들어는 봤을 것이다.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내가 생각해오던 하정우와의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던 에세이였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은 '<577 프로젝트>를 다시 보자'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이 영화는 2012년에 개봉됐었다. 당시, 시사회로 이 영화를 접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도 '하정우, 의외구나?'였다. 알면 알수록 새로운 면이 자꾸 발견되는 하정우, 느낌 있다(이 역시 하정우 에세이의 제목)!


다짐했던 바를 실행한 것은 지난 주말이다. 집에서 볼거리를 찾아 헤매던 나는, 넷플릭스를 통해 <577 프로젝트>를 감상했다. 역시 뭐든 알고 보면 더 보인다는 게 맞는 법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접하니, 영화만 접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다.


이 별난 프로젝트는, 하정우의 말 한 마디 때문에 시작됐다. 시상식에서 연기대상 공략을 터무니 없이 내건 그는, 뱉은 말을 발로 옮겨야 했다. 역시, 사람은 세 치 혀를 놀리면 안 되는 법이다. 이는 하정우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진리다. <걷는 사람, 하정우>에서도 그는 자신의 말실수를 반성하기도 했다. 그의 반성과 고행을 교훈 삼아 우리도 입 조심하자!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서.

이 프로젝트에 동참한 인물은, 공효진과 그 외 하정우와 친한 배우들과 (그때 당시의)신인 배우들이다. 그들 중 몇 명은 유명해지기도 했다. 어쨌든, 하정우와 연출진들은 '엄선'하여 프로젝트 일원을 뽑았다. 그리고 그들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부터 해남에 이르기까지 걷고 또 걸었다.



그들은 '교시'를 정해, 50분을 걷고 10분씩 쉬었다. 규칙을 정하고 걷고, 먹고, 잠을 잤다. 이 과정에는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 단체활동에서 오는 문제점, 걷기 자체에서 오는 신체적 고통과 그로부터 오는 심적 고통들이 '로'에 해당된다면, 이것들을 극복하기 위한 '희, 애, 락'들도 존재한다.



무명의 신인 배우들의 이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자신을 시험해보거나 더 나은 배우가 되기 위한 시발점을 쌓을 수 있었다. '577 프로젝트'와 비슷한 걷기 대장정에 나선 이들의 동기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한계를 시험하고, 자아성찰의 기회로써 걷기를 택하는 이들이 많다.


하정우 역시, 신인 시절부터 걷고 또 걸었다고 한다.

일거리도, 돈벌이도 변변치 않을 때, 즉 가진 건 몸 밖에 없을 당시 그 몸으로 할 수 있는 것은 걷기 밖에 없었다던 그. 걷기는 온전히 자신의 몸뚱이만으로 할 수 있는, 오롯이 자신의 의지와 두 발로 할 수 있었던 몇 안 되는 활동인 것이다.


습관이 무섭다고, 하정우는 지금까지도 걷기를 행하고 있다. 하루에 3만보 이상은 꾸준히 걷고 있는 그는, 걷기 위해 하와이를 즐겨 찾을 정도로 걷기 마니아, 전도사, 예찬론자가 되어있다.


단순히 체중 유지와 체력 관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스트레스를 날리고 싶을 때,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도 걷기를 택하는 그다.


<577 프로젝트>는 걷기가 쉽지 않은 일임을 보여준다. 하지만 가끔(자신의 삶이 공허하다거나, 매너리즘에 빠져 있어 고민일 때), 이와 같이 단기 목표를 세우고 그 길로 나아가는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수행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데, 왜 걷기 마니아들은 지치지도 않고 걷는 것일까. 이유는, 걷기에는 매력과 치유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 공기 좋은 시골길 걷기를 좋아한다. 홀로 해외여행을 가면 아침 일찍 일어나 밤 늦게까지 걷고 또 걷는다. 관광을 위해 걷는 것도 있지만, 걷는 행위 그 자체가 좋기도 하다. 조금이나마 더 움직이면, 보고 접할 수 있는 것들도 늘어간다. 그래서 나는 '걷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즐겨 하곤 한다.


내가 말하는 걷는 것은, 발을 내딛는 활동 외 총체적인 야외 활동들을 의미한다. 걸으며 발견하는 것들을 내 몸에 입히는 모든 활동들은, 뭐가 됐든 삶에 도움이 된다.


하정우의 '실수로 탄생한' 프로젝트이지만, 이로 인해 팀원들은 성장했다. 이렇듯 <577 프로젝트>는, 걷기가 성장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삶의 일면을 보여줬던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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