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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강변호텔> 리뷰

우리의 삶은 흐르는 동시에 정지한다

<강변호텔>은 이별과 만남, 삶과 죽음을 통해 메시지를 전한다.



영환은 강변의 호텔에서 공짜로 묵고 있다. 지내는 동안 자신이 죽을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어 두 아들 경수와 병수를 호텔로 부른다. 이 호텔의 다른 방에는 남자에게 배신당한 여인 상희가 머무르고 있다. 그녀는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선배 연주를 부른다.



영환과 상희는 상실이라는 공통된 이유로 한 공간에 모인 인물이다. 상실의 이유는 다르고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마음 한 켠에 괴로움과 외로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은 동일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남녀의 상실을 채워주기 위해 찾은 이들 역시 상실을 겪었다는 점이다. 영환과 아들들은 오랜만에 재회했고 경수는 아내와 이별했다(아버지와 같은 행보를 걸었다).

마음이 공허한 이들이 모인 강변호텔 주변은 적적하기 그지없다. 한겨울의 설원. 얼어붙은 듯한 한강 위에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호텔에는 인적마저 드물다. 사람을 떠나 외딴 곳으로 온 영화과 상희이지만, 이들은 또다시 타인의 온도를 그리워하고 있다.



이것이 삶이다. 우리는 누군가와 만나고 이별하는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 힘들어하지만 또다시 타인과의 접촉을 바란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삶)과 만남은 강물처럼 지속적으로 흘러간다. 때로는 우두커니 쓸쓸한 느낌을 풍기는 호텔처럼 멈춰 있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강물은 쉼 없이 흐르지만, 우리네 삶은 유한하다. 살아있는 동안은 숨 한 번 멎지 않는 생명력을 발휘하다, 죽음을 맞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리의 숨은 정지한다. 그러니 우리, 숨이 허락된 동안만이라도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원하는 것을 하는 건 어떨까.


<강변호텔>에서도 역시 홍상수 감독의 단골 소재인 우연과 반복의 소재가 등장한다. 잠시간 잊었던 감독의 작가성이 발현한 것 같아, 그의 팬으로서는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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