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에 결혼해서 삼십대에 아이를 낳고, 대학원을 마치자마자 모교에 일자리를 얻었다. 눈앞에 펼쳐진 가능성에 숨이 멎는 듯했다. 그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하나님이 내 삶에 멋진 계획을 가지고 계시며, 그런 인생에선 어떤 실패라도 일 보 전진이 되리라는 확신이었다. 나는 하나님이 나를 선하고 신실하게 만들어주시기를, 하지만 종종 휘황찬란하게 칭찬해주시기를 바랐다. 고난이란 것이 기나긴 내 삶의 여정에서 우회로에 불과하다면, 어떤 고난이라도 괜찮다. 하나님이 방법을 찾아주실 것이라 믿었다. 이제 더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교수가 된 지도, 난임을 거쳐 아이를 낳은 지도 얼마 되지 않은 서른다섯의 케이트 보울러는 결장암 4기 판정을 받는다. 탄탄대로로 뻗어나갈 것만 같았던 인생이 끝나리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그녀. 하지만 암에 걸린 케이트를 '더 괴롭힌 것'은 그녀가 믿었던 축복과 긍정에 대한 관념, 그녀가 연구하고 믿어왔던 번영 신학이었다.
암에 걸리기 전에는 저자 역시 '하나님이 방법을 찾아주실 거라는 믿음'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아니라고 말한다. 더불어 이 책에서는 저자의 다음과 같은 사색을 확인할 수 있다. '정말로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내게 일어나는 일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면, 그것을 내려놓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치유가 성스러운 권리인 영성 세계에서 질병은 고백하지 않은 죄의 징후이다. 즉 용서의 부족, 신실하지 않음, 반성 없는 태도, 혹은 부주의한 말의 징후인 것이다. 고통당하는 신자는 풀어야 할 수수께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팔걸이 붕대나 보조기를 두 팔에 매달고 다니다 보니 사람들의 수군거림과 눈빛이 느껴졌다. 어떤 이들은 동정했고, 어떤 이들은 못마땅해했으며, 또 어떤 이들은 진지하게 걱정해주었다.' - p. 31
세상 모든 것에 '이유가 있다'면, 신앙이 삶의 힘이 되어준다면 신실한 신자는 하나님의 품 안에서 부와 건강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나님이 내려준 '축복' 속에서만 살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신실했지만 젊은 나이에 암을 선고 받았다. 암을 마주하면서 신념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를 통해 케이트는 번영 신학의 우스꽝스러운 현실을 풍자한다.
'어떤 목사는 땅에 매장하고 있는 소년을 부활시키겠다며 장례식을 중단한다. 병원에 입원 중인 한 여성은 자신의 병명을 듣고는 하나님이 자신을 고치실 거라 믿기에 치료를 거부하고, 가족들이 절망적인 심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점점 쇠약해진다. 어느 유명한 치유자는 궤양이 생긴 다리를 자기 믿음을 시험하는 척도로 사용하다 사망한다. 미국 우정공사는 한 번영 교회 목사에게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지 말라고 요청한다. 절박한 가족들이 너도나도 관을 가져오는 통해 그의 사무실로 가는 우편물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 p. 92, 93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좀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이들은 신앙에 의존한다.
'신도들은 가난과 쇠약한 건강, 물이 새는 바가지 같은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망치기를 원했다. 고급 세단을 원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더 많은 이들이 과거의 상처와 현재의 고통이 사라지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절망적인 질병 선고로부터 구원받기를, 어긋난 십대 자녀들이나 실패한 결혼 생활을 하나님이 구제해주시기를 바랐다.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초자연적 현상을 막아줄 부적과 그들의 삶을 갈가리 찢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통제할 최소한의 힘을 바랐다.' - p. 10
삶이 힘들다면 신앙에 의존할 수 있다. 또한, 물리적이며 직접적인 치료를 바랄 때는 의술의 힘에 기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케이트는 그보다 다른 측면들로 인해 살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의술이 생명을 지켜준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지만, 저는 글쓰기와 자신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게 해준 사람들 덕분에 제가 살아있다고 믿습니다. 내 가족과 친구들은 이 세상을 다시 만들어주었어요. 제가 아는 한에서는 말이에요.' - 감사의 글 중에서
정작 우리가 힘들 때 우리를 살게 만들어주는 근원적인 힘은 어디에 있을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다>는 여기에 대해 사색하게 만들어줌으로써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과 사랑하는 일에 대한 소중함,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일깨워준다. 케이트를 살아가게 만든 힘은 가족과 친구들, 글쓰기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