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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신> 리뷰,
여기에서 진짜 악마는?

오컬트 장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전개가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국내에서 제작돼 왔던 작품들은 공포심을 자극하기에도 부족했던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변신> 역시 큰 기대는 접은 채 관람했다.


<변신>은 일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오컬트 장르라는 면에서 새로움을 과시한다. 공포를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은 관객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구마 신으로 분위기를 잡고 시작한다. 비주얼의 충격. 한데, 안타깝게도 시작이 가장 강렬했다.



사실 <변신>에 대해 비주얼과 스토리, 오브제와 같은 것들을 논하고 싶진 않다. 진부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악마가 '가족을 붕괴시킨 것에 대한 공포'다.


악마가 침범함과 동시에 강구네 가족 구성원은 서로를 의심하고 두려워한다. 겉모습만으로는 실재인지 악마인지 구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 가족에게는 신체적 고통 이상의 심적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혼란을 겪는 것은 영화 속 가족 뿐만이 아니다. 스크린 밖에서 그들을 훔쳐보는 관객 역시 실존 인물과 악마를 구분하기 힘들다. 의심에 동참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어처구니 없는 행동을 보이는 강구네 가족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악마의 탈을 쓰고 있었던 인물이 정상적으로 행동하고, 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인물을 보며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스크린 속 인물들이 우스워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저 상황 속에 존재했다면 과연 웃을 수 있었을까.



'진짜 악마', 그러니까 <변신> 속에서 악마의 괴기함보다 더 섬뜩한 요소는 가장 가까운 가족 구성원이 서로를 의심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이다. 영화가 보여준 악마가 아니더라도, 관계를 붕괴시키는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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