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미 '주인공'이다!
짧은 대기 시간이 주어졌을 때 마스다 미리 책만큼 읽기 좋은 것들도 없다. 소장 중인 그녀의 책들을 다시 읽겠노라 다짐한 후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다. 아무래도 현재 내가 나 스스로에게 던지고 싶은 질문이 제목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40세의 전업주부 미나코와 35세의 독신여성 다에코의 현재를 통해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책이다.
결혼 후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미나코는 적당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서 '적당한'의 의미는 일정 수준의 행복한 가정생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 사랑스러운 딸 아이 리나가 있고 남편의 연봉도 그럭저럭 괜찮다. 주변 사람들은 미나코에 대해 꽤 괜찮은 삶을 살아가는 주부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니나 다를까 그녀에게도 자신만의 고민이 있다.
존재감. 미나코는 자신이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세계관이 좁아지고 있고 주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사랑을 할 수 없는데다 '예쁘다'는 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나이라는 생각에 속상해하고 있다.
다에코는 얼마 전 작은 아파트를 구매했다. 집을 산 독신 여성은 결혼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녀의 오빠(미나코의 남편이자 리나의 아빠)의 발언이 왠지 틀리기만 한 것 같진 않다. 그녀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믿고 의지할 만한 남편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 구매 때문에 빚을 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하고 있는 일이 어릴 때부터 원했던 직군은 아니다.
35세 독신 여성이 원하는 것은 보장이다. 다에코는 불경기인 요즘, 직장이 타격받을까봐 걱정 중이다. 쉽게 말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 필자는 이 책을 읽으며 다에코 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독신인데다 일과 경제적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의 흥미로운 점은 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두 여성이 '은밀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미나코는 자신의 일을 하고 있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고 있는 다에코가 부럽다. 다에코는 '굳이' 일 하지 않아도 괜찮은 미나코의 삶이 안정적인 편이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두 여성 모두 흘러가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불안과 불만족 속에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두 인물 모두는 '젊은 것이 유리하다'는 의견에 공감한다. 젊음은 허용 범위를 넓혀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점에 대해서는 나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 돌이켜보면, 서투르고 느리더라도 젊음이 무기일 때가 있었다(뭐, 아직도 나는 젊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 늙어감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젊은 날인 오늘, 우리는 불안정한 미래를 더 나은 상황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철학자와 같은 인물은 리나로 볼 수 있겠다. 그녀는 엄마 미나코의 '존재 자체가 대단하다'라고 생각한다. "나는 마음 속으로 생각한다. '엄마는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라고 말했지만 그럼 엄마는 지금 뭐지? 엄마는 여기 확실하게 있는데도 이상한 말을 한다. 나무에서 떨어진 도토리는 모두 나무가 되는 게 아니라 새에게 먹히거나 밟혀서 으깨지고 새싹이 나올 수 없는 곳을 굴러다니기도 한다. 나무가 되는 것은 도토리에게 아주 힘든 일이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엄마는 이미 '있다'. 그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다."
그렇다. 우리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존재감, 미래에 대한 보장 등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스스로가 삶의 주인공임을 인지하고 자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