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이토록 행복한 가정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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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너무나도 많은 가르침을 안겨다 준 책<그 사람 더 사랑해서 미안해>. 고민정 아나운서의 에세이다. 그녀의 자기고백은 솔직해서 더 아름다웠다. 조기영 시인과 사랑에 빠진 후 결혼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결혼 후 가정생활에 이르기까지 '변함 없는 사랑'이 책 온 가득에서 느껴졌다.


여성이라면 '선망의 직업' 중 하나인 아나운서. 세상 사람들은 당연하다는 듯 그들을 재벌가 며느리 후보로 낙관 찍곤 한다. 하지만, 고민정 아나운서는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 '진정한 사랑'의 대상'을 찾아 결혼했고, 지금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가정생활을 '즐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녀의 행복에 독자인 내가 더 가슴 설렜으니 말이다.


스무 살에 열한 살 연상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고, 결혼이라는 현실을 고려해야만 했던 그녀. 현실을 고려하기엔 너무 일렀던 결정이지만 그녀는 자신이 '존경'할 수 있는 한 남자를 열렬히 사랑했다. 희귀병에 걸렸어도, 이렇다할 수입이 없어도 저자는 그와의 결혼을 당연하듯 결정했다. 지금의 '고민정 아나운서'가 있게 한 인물 또한 지금의 남편이다. 그런 그를 만나보지 못했지만, 사진 속 모습과 저자가 사랑스럽게 묘사해내는 텍스트만 읽어봐도 안온함이 배어있는 사람 같았다.


자기고백은 물론이거니와, 이 책에서는 저자가 생각하는 '현실에 대한 통찰'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는 통찰력은 그녀의 삶이 안겨다 준 선물에 다름 아니다. '예술가의 아내라는 낭만적인 단어 뒤에는 힘든 현실의 벽이 버티고 있었다. (p. 18)' 그렇다. 그녀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봤기에 자신의 의견을 역설(力說)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 세상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돈으로 환산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문화와 예술을 얘기하며 교양 있는 척하는 이들도 돈으로서의 가치를 먼저 따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다. 어떤 작품이 초야에 묻혀 있을 땐 가치가 없다며 하찮게 여기다가도 그 작품이 어느 날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며 높은 가격에 팔리기라도 하면 그제야 "역시!"를 외쳐 댄다. 심지어 배우자를 고를 때도 배경에 주목할 것이 아니라 인품을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경제적인 면에서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이 아니면 만나려 하지 않는다. (p. 19)'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이 이러하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 돈이라는 거래물질을 쥐고 있어야 하지만, 이것이 사랑과 교환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명한 저자는 완전한 행복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한 것이다.


돈, 방송, 명성 등의 현실에서 벗어나 칭다오로 1년 간 유학생활을,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배운 바들도 고백한다. '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걸 얻기 위한 과정이란 것을 그때야, 버리고 나서야 깨달았다. (p. 224)' 단칸방 기숙사에서 남편과 함께 지내며 저자가 깨달은 바다. 엉덩이 높이밖에 오지 않는 작은 냉장고로도 두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충분히 보관할 수 있는데 한국에선 양문형 큰 냉장고에 김치냉장고까지 가득 채우며 살아온 것에 대한 반성도 읽을 수 있었다. 맞다. 우리에겐 너무나 많은 '짐'이 있다. 아무리 많은 것들을 소유하더라도 내세에까지 들고갈 수 없는, 결국은 폐기되어야 할 '짐'들 말이다.


진정한 자신을 찾아 떠난 저자의 선택 또한 사랑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았을까, 라고 여겨질 정도로 조기영 시인은 저자를 '깊이' 사랑했다. '사랑이란 감정에 향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자신의 사랑이 어떤 향기인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p. 155)' 여기에 대해 저자는 자신의 달콤함과 남편의 은은함이 어우러진 '꽃향'이 그들의 사랑 향기라고 말했다. 이렇게 닭살스러운 표현들 또한 이 책의 매력이다. 사랑스러웠고 그래서 부러웠고, 때론 질투도 났다.


저자의 가정은 평생토록 사랑이 끊이지 않을 것 같다. 행복한 가정의 바른 예가 아닐까. '소소한 행복'을 지향한다곤 하지만 막상 '참된 소소함'과 마주하면 행복의 정의를 이내 바꿔버리는 수많은 현대인들과 다른 길을 택한 저자. 그래서 그녀가 더욱 멋있어보인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를 처음 접했던 순간, 그녀의 목소리에 매료된 나는 이 책을 접함으로써 팬심이 더욱 깊어졌다. 아름다운 사랑이 그녀를 꽃처럼 활짝 피어날 수 있게 만든 결정적인 자양분이었다.


이 '아름다운 에세이'를 읽는 내내 모든 사랑의 대상이 내 주위에 모인 듯한 감정에 휩싸였다. 사랑, 사랑! 결국엔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경할 수 있는 상대가 결혼의 대상이라는 것을 '못 박을 수' 있게 만들어 준 '고마운 멘토링'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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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아기가 엄마에게 주는 사랑보다 엄마가 아기에게 주는 사랑이 더 크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라고 말이다.

아기들은 엄마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보낸다.

상대의 외모, 재력, 능력은 물론이고 성격까지도 비교하는 요즘의 사랑과는 다르다. - p. 113


아무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에 두렵다면

눈을 감고 귀를 열고 손가락 끝의 신경에 집중해 보자.

어둠은 두려움이 아니라

그저 나를 둘러싼 하나의 환경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 p. 238


우리는 모두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 사람,

기쁘고 힘들 때 떠올리게 되는 사람,

모두에게 자랑하고 싶은 그런 사람으로 말이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 나를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그에게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주었는지,

그의 아픔을 내 아픔처럼 함께 괴로워하며 고통을 나누었는지,

나의 시간을 쪼개 기꺼이 그 사람의 생활 속으로 들어갔는지 돌이켜 보는 일은 적다. - p. 290


누군가를 돕는다는 건 분명 자신의 것을 조금은 내놓아야 하는 일이다.

오드리 헵번이 시간을 들여 난민국의 아이들을 돌본 것처럼,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도 아이들의 여린 손을 놓지 않았던 것처럼 말이다. - p. 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