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언니의 회상과 위트에 '빵!' 터짐주의
내가 사랑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 그녀의 책은 모두 소장 중이다. 적어도 내겐 가치있는 작가이기에, 그녀의 책은 (나름대로)특별하게 포장되어 있다.
공감력 짙은 사색과 그것을 위트있는 글과 만화로 표현해내는 마스다 미리. 나는 그녀를 '표현주의 작가' 혹은 '우리의 언니'라고 지인들에게 표현한다. 그녀의 책 대부분은 내게 좋지만, 특히 책의 거의 모든 부분이 마치 나의 이야기인 듯한 작품이 몇 권 있다. <여전히 두근거리는 중>이 그 책들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마혼을 앞둔 서른 아홉살의 작가가 학창시절(중·고등학생)의 청춘을 되돌아보며 후회하는 것들을 기록한 만화에세이다. 그녀의 여느 작품들처럼, 먼저 글로써 독자들의 공감력을 사로잡고 뒤이은 만화를 통해 폭소하게 만드는 책이다(그녀의 위트는 차기작을 기대하게 만들 정도로 만날 때마다 유쾌하다!). 아무래도, 작가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동양적 정서'가 많은 공감대를 자극하고 있다. 덕분에(혹은 때문에), 나 또한 청춘의 시절을 회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작가는, 청춘의 시절에 단 한 번도 남자와의 교제가 없었다고 한다. 그것을 후회하면서, 그때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책에 죽~ 소개된다. 자그마치 해보지 못한 '(지금은 하면 안 된다고 여기는)과거의 버킷 리스트'가 열 아홉가지나 된다. 하지만 재미있고 또한 안타깝게도, 나 역시 청춘의 시기에 남자와의 교제가 없었다―나의 첫사랑(물론, 짝사랑은 청춘 때 있었으나)은 대학생이 된 후에 맺어졌다―. 그래서 더욱 작가의 글에 공감할 수 있었고, 책에서 나열된 리스트들이 나 또한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었다.
패스트푸드점에서의 데이트, 하교 후 나를 기다리던 남자친구와의 데이트, 수제 초콜릿 선물하기, 도서관에서 같이 공부하기, 그의 교복 빌려입기 등등…. 물론,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선물한다거나 도서관에서 함께 독서하고 패스트푸드점에서 식사를 하는 건, 20대 때도 했었고 앞으로도 가능한 데이트다. 하지만, 과거에 했다면 다른 감흥이었을테고, 지금은 굳이 저것들에 자연스럽게 끌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마흔을 앞둔 여자의 20여 년 전의 회상과 서른인 내가 회상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재미있으면서 서글프기도 하다. 또한, 현재 그녀가 나의 지금 시기에 놓쳤던 부분들에 대한 후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의 나이에 맞는 생활과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만끽해야겠다는 다짐도 한다. 훗날, 지금의 시기에 대한 후회는 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다짐으로 보여진다.
무엇이든 적절한 시기가 있는 것 같다. '늦은 때란 없다'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다' 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은 좀처럼 할 수 없는 것들도 존재한다. 그래서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의 주제는 '연애(사랑)'다. 작가의 생각처럼, 데이트를 즐기는 방법, 혹은 상대에 대한 마음가짐도 때에 따라 다르다. 물론, 나 또한 이 점의 상당 부분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열렬한 연애를 해야만 할 것이다(물론, 나의 친구들 대부분은 충실한 엄마 역할을 하고 있다). 훗날,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책 속에서]
이렇게 어른이 된 지금도 나는 온도를 묻는 걸 좋아한다.
예를 들어 남성이 "에어컨 춥지 않아요?"하고 신경 써서 물어줄 때면 가슴이 쿵쾅거린다.
십 대이 내가 이루지 못했던 동경, 남자의 교복.
그것은 이미 때늦은 청춘이지만,
"에어컨 춥지 않아요?"하고 남자가 걱정해주면,
교복을 어깨에 걸쳐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젊은 옷이 어울리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춥지 않아요?" 하고 물어주었으면 좋겠다.
그 정도는 허용받고 싶은 나다.
- 20, 21쪽에서
쉬는 시간, 교실 구석에서 남자 친구의 교복 단추를 달고 있는 그 아이는 청순가련해 보였다.
나도 사람들 앞에서 단추를 달아 나의 여성스러움을 어필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 51쪽에서
이십 대가 돼서야 남자 친구 자전거에 함께 타보긴 했지만, 그건 이미 때늦은 '청춘'이다.
꺅꺅 즐거워하며 남자 친구의 자전거를 같이 탄들,
남들이 보기엔 '순수함'을 어필하여 남자를 유혹하려는 여자 그 자체….
어차피 이십 대 삼십 대의 순수함에는 누런 얼룩이 묻어 있다.
머잖아 마흔이 되려 하는 내가 지금 남자의 자전거를 함께 탄다면?
분명히 '몸이 안 좋아서 근처 병원에 데려다 주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한 자전거에 둘이 타는 행위는 젊음에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 58, 59쪽에서
어른이 되어 남자 친구가 생겼을 무렵에는 이미 수제 초콜릿은 철 지난 선물.
시대는 고급 초콜릿을 지향하고 있다.
고집스럽게 수제에 집착해 봐야 '가정적임'을 내세워 폼 잡고 싶은 여자로 보이기 십상이다.
수제 초콜릿이라는 팬시한 세계는 교복 입은 여학생의 특권이다.
- 67쪽에서
뼛속까지 오한이 드는 밤 벚꽃놀이는 가고 싶지 않아졌다.
여름휴가에 두근거리지 않게 된 건 한참 됐다.
뒷정리를 생각하면 바비큐 같은 건 전혀 하고 싶지 않다.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하지 않게 됐다.
연간 이벤트들이 훌훌 떨어져나가는 이 느낌.
몹시 쓸쓸한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그러나 홀가분해서 편하네~ 하는 생각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다.
- 69쪽에서
옷 따위 아무려면 어때, 라고 생각하지 않고,
뭘 입어야 하나 난감해 하는 것이 40대 나름의 청춘일지도 모른다.
- 92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