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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을 바탕으로

'자본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애덤 스미스. 경제학자이자 정치학자이기도 한 그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철저한 현실주의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책<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을 접하게 되면서 그가 '도덕철학자'임을 알게 됐다.



사실, 애덤 스미스의 가장 유명한 저작은 <국부론>이다. 책에서 그는 자본주의에 대해 날선 주장을 펼쳐냈다. 그런 그가 '아이러니하고도 낯설게도' <국부론>을 펴내기 전, <도덕감정론>이라는 휴머니즘을 안은 인문·철학서를 선보였다. 그리고, <국부론>을 펴낸 후 <도덕감정론> 수정에 열정을 쏟았다. 즉,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은 애덤 스미스의 첫 번째 책인 동시에 마지막 책이기도 한 것. <내 안에서 나를 만드는 것들>의 저자 러셀 로버츠는, <도덕 감정론>에서 주장한 애덤 스미스의 도덕철학을 정리 및 해석해낸다. 저자가 특별히 <도덕감정론>을 이 책의 소재로 활용한 이유는, 애덤 스미스로 하여금 사람들을 바라보는 방식과 저자 스스로가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놓았고, 더불어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알게 됐다고 고백한다.


표면적으로 판단한다면, 자본주의와 인간의 본능인 이기주의를 강조한 <국부론>과 선함, 타인과의 원활한 관계 등을 강조한 <도덕감정론>은 상반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보여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문이 들 것이다.



'도덕과 인간의 심리적 본성을 다룬 이 책이 애덤 스미스 최고의 유산인 경제학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여전히 의아할 것이다.'

- p. 25에서


그것에 대해 저자는, 이 두 책은 '설정된 환경과 타깃 자체가 다르다'고 정리한다. 이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도덕감정론>은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 즉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이웃처럼 우리가 적극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룬 책이다.

이 책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매일 볼 만큼 자주 만나는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가까운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가 우리의 감정과 행동을 어떻게 만들어가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반면, <국부론>에서 스미스는 모르는 사람들과의 교환이 이루어지는 세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거기에, 애덤 스미스가 현대인들의 삶을 정확히 간파했음을 F.A. 하이에크의 주장을 빌어 덧붙인다.



경제적 상호작용을 시작하는 동시에

결혼을 하고 가족을 꾸린 사람이라면,

두 세계간의 극명한 차이를 확실하게 느끼게 된다.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들,

그들과 만들어가는 세계는 따뜻하다.

반면 손익 계산에 따라 협력이 이루어지는 이해타산적인 세계는 차갑기 그지없다.

우리 삶에는 이렇게 두 개의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 두 세계의 차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미리 하지는 않는다.

F.A. 하이에크가 자신의 저서『치명적 자만 The Fatal Conceit』에서 지적했듯이,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동시에 두 세계에서 살아야 한다.

- p. 298에서


즉, 현대인들은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와 그것 바깥의 관계, 두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도덕감정론>이 전자의 모습을, <국부론>이 후자의 모습을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도덕감정론>에서 애덤 스미스가 연구한 대상은 형제자매, 부모, 사촌이나 직장 동료, 교회 신자 등과 같이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의 교류'다. 즉, <도덕감정론>을 통해서는 사랑을 찾고, <국부론>을 통해서는 거래를 찾으라는 것이다.


총 10챕터로 구성된 책은, 이기적인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남에게 마음을 쓰지만, 그보다도 자기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그와 동시에 남들이 고통 받는 모습과 악행을 저지르면서까지 자기를 지키려는 극단의 이기적인 행동은 타인과 자기 내면의 '공정한 관찰자'의 사랑도 받지 못하기 때문에라도 하지 않으려는 것이 본능이라고 설명된다. 이는, 모순적일 수 있지만 인간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다.


애덤 스미스와 저자가 독자들에게 권하는 행동에 대한 조언은 ▲공정한 관찰자를 자주 떠올리며 자기자신을 속이지 말 것 ▲나에게 좋아 보이는 일이 타인에게도 좋을 것이라는 자기기만에서 벗어날 것 ▲세상은 복잡한 것이므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말 것 ▲신중, 정의, 선행을 통해 적절성의 미덕을 갖출 것 ▲내가 남들보다 더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며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 것 등이다.


결국, 어떠한 삶이 고결하고 고상한 것인지에 대한 판단은 우리 스스로가 하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어있고,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행동을 조심하면서 항상 바르게 살아가라는 것이 책의 핵심이다.


우리의 내면에 있는 '공정한 관찰자'를 염두에 둘 것



[본문에서 인용한 <도덕감정론>의 내용들]


인간은 선천적으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

다시 말하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자격을 갖추고 싶어 한다.

또한 인간은 선천적으로 미움받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다시 말하면, 미움받아 마땅한 사람이 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인간은 칭찬받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즉, 아무도 자신을 칭찬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으로는 칭찬받을 자격을 갖추고 싶어한다.

인간은 비난받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즉, 아무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는다고 해도

마음으로는 비난받아 마땅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워한다.


그런데

시계 고를 때는 그토록 까다로운 사람이,

약속 시간은 왜 정확하게 지키지 못할까?

또 지금이 정확히 몇 시인지 확인하지도 않는 걸까?

그는 시간이라는 정보를 얻기 위해

새 시계를 산 게 아니다.

그저 시계의 그럴듯한 겉모습에 끌려 구입한 것뿐이다.


타인의 연민은 애초에 내가 느꼈던 슬픔의 경험과 정확히 일치할 수 없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느낀 공감이란

공허하게도 타인의 상상에 불과하다.

결국 타인의 공감은 늘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그뿐 아니라 내가 느꼈던 슬픔과는 다른 느낌으로 바뀌기도 한다. 


궁정에서의 화려한 노예 생활을 과감히 버리고,

자유롭고 두려움 없이 독립적으로 살겟다고 진지하게 결심했는가?

그 고결한 결심을 지킬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아니, 오로지 이 방법 밖에 없다.

한 번 들어가면 되돌아 나온 사람이 거의 없는 그곳.

야심의 소굴로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그리고 세상 거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지배자들과 자신을 절대 비교해서도 안 된다.



[본문에서]


이성의 한계에 대한 자각은

인간이 생각만큼 똑똑하지 않다고 일깨워주는 경고다.

인간에겐 분명 결점이 존재한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 곧 지혜의 시작이다.

실제로 세상의 많은 것들은 망치로 두드려도 아무 쓸모가 없는 못과 같다.

그 사실은 망치를 가진 이들에게 겸손하라는 통렬한 충고를 던진다.

무조건 두드린다고 다 자신에게 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겸손은 후천적으로 갖게 되는 태도다.

겸손해지려는 마음은 따뜻하게 차려진 음식을 맛보는 듯한,

기분 좋은 경험을 선사한다.

"저는 잘 모릅니다."라고 솔직히 말하는 게 얼마나 큰 해방감을 주는지 경험해보기 바란다.

- 113, 114


파인만의 지적을 기억하라.

세상에서 가장 속이기 쉬운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자신은 절대로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았다면서 스스로를 속이지 마라.

'바다는 계속 들어갈수록 깊어진다.'

나심 탈레브가 2012년에 출간한 책『안티프래질Antifragile』에서 인용한 베니스의 속담이다.

많은 것을 알아갈수록,

앞으로 알아야 할 게 얼마나 많은지 더 깊이 깨닫게 된다.

그러니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척할 필요가 전혀 없다.

무지를 인정하면 더없이 행복할 수 있으므로.

- 115


세상은 복잡한 곳이다.

시스템을 바꾸기 위해 억지로 애쓰지 말자.

내가 손잡이를 힘껏 돌린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문이 다 열리는 건 아니다.

- 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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