껄끄럽고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고백해낸 그녀에게 박수를!
늘, 언제나, 나의 공감 부위를 명중하는 작가 마스다 미리! 만화에세이<하기 힘든 말>을 통해서도 제대로 저격당했다.
사실, 인간의 말 만큼이나 가볍고 때로는 쓸데없고 허투른 것도 없는 것 같다.
말에 대한 현자들의 다양한 사상들이 쏟아져 나오고, 거기에 대해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것만 봐도 그것을 잘 못 사용했을 때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물론, 경험에 의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하기 힘든 말>은, 제목처럼 작가 스스로가 입 밖으로 꺼내기 힘든 말들을 글과 만화를 통해 고백한 자전에세이다. 그녀가 고백한 하기 힘든 말들은, 시대와 세대, 외래어와 자국언어, 은어나 속어, 의미가 모호한 언어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인된다. 한편, 그 말을 꺼냈을 때 그녀 스스로가 불편한 경우 뿐만 아니라 청자의 기분을 고려했을 때 불편한 경우에 대한 사색까지 엿볼 수 있다.
늘 그렇듯, 솔직하고 때론 발칙하기까지 한 마스다 미리만의 작품세계를 <하기 힘든 말>에서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속에서]
팬츠라고 하면 도무지 속옷 이미지를 떨쳐낼 수 없는데다,
나는 바지를 말한 건데
상대가 혹시 속옷 얘기로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스럽기도 하고…. - p. 19에서
아, 건강이란, 기력이란 얼마나 고마운 것인가~.
너무 당연히 여기고 고마워하지도 않았던 것을 새삼 반성한다.
그래도 내 치통쯤이야 나을 가망이 있는,
이른바 단기 집중형 통증이다.
그보다 훨씬 힘든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건강이 유일한 장점이에요"라는 말은 안이한 마음으로 사용해선 안 될 것 같다. - p. 75에서
남이 저지른 실수를 접하며 조금은 겸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 p. 125에서
딱 부러지게 설명하기 어려운 이미지의 세계.
어렴풋하게는 알지만 사람마다 미묘하게 다른 것.
그런 말은 그냥 듣기만 하는 게 최고라고 나는 생각한다. - p. 129에서
'쓸모없다'는 언뜻 보기에는 가볍게 느껴져서 그다지 강한 악의가 담긴 말은 아니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이런 말이야말로 서서히 성격을 비뚤어지게 만들지도 모른다.
섣불리 쓰지 말아야겠다고 반성한다. - p. 145에서
여행을 떠나 아름다운 경치를 마주하면 기운이 난다.
이 또한 그저 아름다운 경치에서 기운을 받은 게 아니라
자기 안에 고요히 잠들어 있던 '힘'과 어우러지면서 기운이 샘솟은 게 아닐까.
그 힘이란, 예를 들면
어린 시절에 할머니 댁 툇마루에서 봤던 산 풍경 처럼
자기 자신이 까맣게 잊고 지냈던 추억이나 경험을 의미한다.
기운은 받을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없는 데는 깃들지 않는다.
기운을 차린 원동력의 몇 퍼센트쯤은 본래 자기가 갖고 있던 힘 덕분이라고 믿는 편이
기력을 기르는 데도 보다 도움이 될 것 같다. - p. 157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