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롭게 늙어가는 법
<늙는다는 것의 의미>, 제목에 매료돼 읽게 된 책이다. 인간이 태어나 늙고 죽는 것만큼 명확한 명제가 또 있을까. 누구나 겪어야 하는 경험. 물론, 그 경험은 본인만이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학습하는 과정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저자, 플로리다 스콧 맥스웰은 늙음에 대해 '솔직'하게 고백한다. 늙음에 의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육체의 고통과 쇠함에 대해 직설한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펼쳐놓는 듯이 서술한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기보다는 타인, 혹은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기를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달랐다. 양로원, 병실 등지에서 기록한 노트는 일기장과 다름아니다.
저자가 '지혜로운 노인의 삶'을 위해 강조하는 태도는, 개인의 주체성을 지닐 것, 그리고 단순함에 편안함을 느끼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나는 만족감을 사랑한다. 또한 단순한 것을 즐기는 사람을 존경한다. 만족이란 수준 높은 진실이 아니던가. 하지만 인간은 습성처럼 선을 평범하다 여기며 자연스런 권리인양 받아들이기에, 만족은 기쁨의 원인이 되지 못한다. 나쁜 것은 비정상인 것이며 개인적으로 화가 나는 일이라 여기는 습성과 상통하는 점이 있다. - 103쪽'
우리는 만족할 줄 알아야 하며, 나아가 편안하고 따뜻한 것들을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곧,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롭게 늙어가는 여인은 편안한 삶에서 기쁨을 느끼는 여인이다. 따뜻함이 곧 축복이란 사실을 아는 것. 침대와 목욕과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수가 새로운 기쁨이란 걸 깨닫는다면 당신이야말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다. - 103쪽'
한편, 이러한 단조로운 삶이 무미건조한 것이기도 하다고 고백한다. '삶은 평온하고 나긋나긋하며 재미도 있는 반면 무미건조하기도 한 것이다. - 101쪽' 그녀가 여든 두 살에 대수술을 겪은 후, 타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해 무기력을 느끼기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주체성을 잃은 사람처럼 슬펐다고 고백한다. 타인에게 짐이 되는 순간들이 두렵다고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가 두려웠다. 뭐가 잘못돼서 식물인간이 되어버리면 어쩌나? 내가 짐이 되어버리고 더 이상 인간이 아니며, 골칫거리 환자, 마음대로 죽을 수도 없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그게 유일한 두려움이었으나 그럴 확률은 별로 없었기에 모든 건 간단히 해결되었다.' 몸이 점점 회복되어가면서 그녀는 점점 자신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개인의 '주체성'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녀는 오히려 '평등을 비판적'으로 본다. 일반화, 평등은 없애라는 것이 그녀의 주장이다. 평등으로부터 멀어진 데서 오는 고난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실 고난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반대로 기회는 곧 고난일 수도 있다. (…) 삶의 아이러니는 내가 얼마나 선천적으로 실수를 잘하며 또는 얼마나 운이 좋은 사람인지를 보여준다. - 130쪽'
저자는 노인들에 대해 자유인이며, 그래서 울기도 온화해지기도 하는 공허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결국, 노인은 '고요'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래서 말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간결하게 해야겠다. 미소와 묵례면 족하지 않을까. 말이 길어지는 건 내가 주제넘게 흥미의 원천이라고 가정하는 것이 아닐까. 고령으로 인한 또 하나의 장애는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 149쪽'
책<늙는다는 것의 의미>에는 저자의 노인으로서의 삶과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저자가 경험한 바와 사색이 어우러져 있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덕목은 '주체성을 지킬 것'과 만족감 느끼고, 고요를 만끽할 줄 알 것이다. 주체성을 지키고 만족을 아는 미덕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오던 처세술이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고요'인데, 나이듦에 따라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어들고 그럼으로써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이 늘어가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도 고요함에서 기인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나이듦과 죽음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래서 지혜롭게 그것들을 대하는 법을 학습해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직면하는 것과 관조하고 학습하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 그러나, 진리를 거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이 책에 대해 '늙음에 대해 학습'할 수 있었다. 늙은이(저자의 표현을 빌어)들의 보편적인 육체의 상태나 생각을 알게 됐고, 저자의 사색을 통해 보다 지혜로운 삶을 위한 처세를 배울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