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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와 극장에서>,
극장 속 발칙한 에피소드 3

극장은 여느 공간보다 은밀하다. 암전이 되면 타인의 일상을 향한 염탐질이 시작되는 곳. 그래서 실제로도 '발칙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가 가득한 곳이다.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이라는 공통 소재를 중심으로 독립영화 신예 감독 3인(유지영, 정가영, 김태진)이 자신만의 상상력을 발휘해 완성시킨 옴니버스 영화다.



첫 번째 에피소드 <극장 쪽으로>는 직장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게 된 사무직 여성이 '오오극장에서 6시에 만나요'라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향하는 과정을 담는다. 지인 하나 없는 곳에서 무료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그녀에게 누가 보냈는지 확실치 않은 메시지는 설렘의 원인이 된다. 물론, 그녀와 관객이 '기대'하는 남성이 있긴 하다. 과연 그가 극장에서 그녀와 함께 영화를 볼 것인가. 이 미스터리는 로맨스로 마무리될 수 있을까.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에피소드는 '나도 저 작품 속 여성이었다면 어떤 마음이었을까', '극장에 가긴 했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에피소드 <극장에서 한 생각>은 <비치온더비치>, <밤치기> 등 발칙한 로맨스 작품들로 '여자 홍상수'로 불리는 정가영 감독의 작품이다. 나 역시 그녀의 작품을 재미있게 감상해왔기에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가 컸다. 역시나 '만족'! 개인적으로는 세 에피소드들 중 가장 흥미롭게 감상했다. 영화적 상상력, 그녀의 작가성이 다분히 반영된 이 작품에는 로맨스와 스릴러가 혼재돼 있다. 특히 감독의 영화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던 연출이 인상적이다.



마지막 에피소드 <우리들의 낙원>은 시네필을 찾아가는 로드무비다.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소소한 재미를 전하는 작품이다. 세 작품들 중 내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너와 극장에서>가 좋았던 이유는 발칙한 상상력 외에도 독립·예술극장들을 관객들에게 한 번 더 알린 점이다. <극장 쪽으로>의 무대인 오오극장은 2015년 개관한 대구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시네필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극장에서 한 생각>의 이봄씨어터는 서울 가로수길에 위치한 소극장 예술영화관이다. <우리들의 낙원> 속 인물들이 마지막에 모이는 장소는 시네마테크전용관인 서울아트시네마다. 고전, 예술영화는 물론 특별전, 영화제 프로그램 기획전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시네필들의 욕구를 채워주는 극장이다.



극장(영화)은 관객 저마다에게 다양한 가치로 가닿는다. 누군가는 데이트 코스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영감, 자극을 끌어올리는 장소(작품)로 인식한다. 그 외에도 다양한 개인적인 이유로 극장을, 영화를 찾을 것이다.


<너와 극장에서>의 매력은 독립영화에서만 발견하고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아이디어와 연출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크린 속의 짜여진 스토리 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에피소드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이 작품. 매력 충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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