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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맨스 조> 리뷰, 이야기의 본질

<로맨스 조>는 '이야기'에 대한 영화다. 우리 모두에겐 각자의 목적에 따른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광국 감독에게도 이야기가 필요했다.



장편 데뷔작을 위해 특별한 이야기를 생각해야만 했던 그. 하지만 좀처럼 써지지 않는 시나리오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필요한 이야기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해낸 아이디어. 감독 자신처럼 이야기가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감독은 영화 속에 자신의 페르소나를 심어 놓는다. 300만 관객을 동원해 스타감독으로 이름을 떨친 이감독. 그는 새로운 시나리오를 집필하기 위해 프로듀서에 떠밀려 허름한 시골 여관에 머무르게 된다. 그곳에서 심심풀이로 부른 다방 레지로부터 '로맨스 조'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로맨스 조라는 인물의 행방은 묘연하다. 인기 여배우 우주현이 자살하던 날, 그녀와 마지막 작업을 한 영화의 조감독이었던 그는 영화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시골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자살시도를 하던 중 우연히 이감독이 만난 다방 레지와 마주치게 된 것. 그렇게 레지는 로맨스 조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이다.



영화 <로맨스 조>에는 이야기에 이야기가 꼬리를 무는 재미가 있다. 더 흥미로운 점은 그 이야기의 중심에 레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손님이 티켓을 끊도록 하기 위한 이야기가 필요했고, 그를 찾는 감독과 같은 사람들 역시 이야기가 절실한 인물들이다. 실제 우리가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레지의 이야기는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한다. 기억에 의한 서사는 쪼개지고 빈 듯한 느낌을 갖고 있지만 이것이 '이야기의 특징'이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이어지면서 기억은 조작된다. 하지만 조각난 서사들이 어우러져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데, 이것이 <로맨스 조>의 폭발하는 매력이다. 영화 속 이감독처럼 관객들 역시 레지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다음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엔딩 씬이다. 이것 때문에 모든 게 허망하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광국 감독의 영리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로맨스 조>를 본다면 '이야기'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늘 이야기에 둘러싸인 채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하지만 그것의 본질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의 특징과 매력에 대해 사색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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