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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만으로도 꿀♥
단편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영화도 잘 만들고 연기도 잘 하는 정가영 감독. 그녀의 발칙한 영화들도 좋지만 대담함과 설렘을 유발케 하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정말, 너무, 아주, 많이 좋아한다.



이 영화에는 19분의 러닝타임에 조인성 목소리가 무려 9분이나 등장한다. 내가 이 작품에서 설렘을 느낀 이유는 조인성의 등장 때문이 아니다. 조인성 대신 내가 선망하는, 동경하고 사랑하는 누군가를 대입해 달콤한 상상에 취하게 만드는 '조건'이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리얼리즘을 지향하는 정가영 감독은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를 통해서도 실체와 허구의 벽을 허무는 작품은 완성해냈다. 감독 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캐스팅에 대한 고민을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실제로 충분히 있을 법한, 지금도 그녀가 하고 있을 법한 행동이다. 그러던 중 그녀는 듣는 이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한 이야기를 한다. "조인성이랑 영화 찍고 싶어"



듣는 이들은 어이 없어한다. 컨텍을 부탁한 감독은 '최소한 트리트먼트 정도는 써서 보여달라'며 회피한다. 하지만 꿈이 꿈으로만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 결국 선배의 도움으로 바라고 바라던 조인성과의 컨텍이 이뤄진다.


전화벨이 울린 후 조인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엔 '누군가 조인성을 성대모사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진짜 조인성'이었다. 정가영 감독의 입은 귀에 걸리고 단 1초도 미소가 멈추지 않는다. 떨리는 내면이 목소리로 고스란히 드러난다(하, 상상만 해도 설렌다. 내가 좋아하는 톱스타와의 전화 통화라니!).


솔직히 조인성이라는 배우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곤 그에 대한 마음이 달라졌다. 조인성! 멋있다! 노개런티로 흔쾌히 참여에 응했다는 그의 태도에 반했다.


<조인성을 좋아하세요>는 언뜻 보면 의문문처럼 보이지만 실은 권유, 단어의 문장이다. 좋아한다면 밀어붙이면 된다. 그러면 이뤄질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을 테니까.


마치 <미드나잇 인 파리>와 같은 느낌을 자아내는 영화 <조인성을 좋아하세요>. 동경, 애정하는 대상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상상. 그게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다가온다면 일장춘몽이라도 좋을 것. 엔딩에 흘러나오는 장나라의 '4월 이야기' 역시 탁월한 선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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