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죽음을 치밀하게 다룬 책,
<죽음의 에티켓>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내가 좋아하고 염두에 두며 살아가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 문장이다. 우리의 삶은 한정적이다. 언젠가는 생을 마감하는 숙명을 타고난 인간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병에 걸리거나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과 마주하지 않는 이상 죽는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아니, 오히려 이 진실을 떠올리고 입에 올리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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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에티켓>은 '나 자신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갖춘 책으로 아마존 TOP 100에 오른 스테디셀러이자 독일 올해의 르포상 수상작이다. 우리가 죽어가는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과 신체의 변화에서부터 죽는 순간, 죽은 이후의 상황을 치밀하게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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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가야 합니다. 다른 이들은 남고요. 이 긴장은, 단단한 관계는 더욱 단단하게 하고 위태로운 관계는 더욱 위태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죽음은 관계가 얼마나 질긴지를 시험하니까요. 당신은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중적 사고를 읽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 p. 25


우리는 흔히 말한다. '바닥을 쳤을 때 진짜 내 사람을 확인하게 된다고'. 죽음보다 최극단의 상황은 없다. 당신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곁에 있는 사람이 '진짜 내 사람'이라는 것은 누구나 고개 끄덕일 만한 사실이다.


현대 문화는 죽음을 의식으로부터 밀어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오육십은 넘어야 그들의 부모가 죽을 때 난생 처음 시신을 본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죽음은 추상적인 것이 되어버렸다. 마치 미지의 우주 같은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무지한 우리들은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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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과 교류할 때 겸허, 겸허와 존중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다. 죽음은 오로지 당사자만의 것이므로 그 누구도 그들의 입장을 온전히 알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존엄한 자세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죽음이 임박한 사람의 소원입니다. 강한 사람이 원하는 게 우선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죠. 누군가 진심으로 죽어가는 이를 위해 무언가를 꼭 하고 싶다면 사실 그만두는 게 낫습니다.' - p. 31


나는 위의 글을 읽으면서 호스피스에 들어가길 바라는 환자와 어떻게든 수술과 항암 등을 강요하는 가족들의 대립을 다룬 일련의 스토리들이 연상됐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 중에는 의료 장치들의 압박과 함께 생을 마감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족들은 사랑한다는 명목 하에, 며칠이라도 더 가족과 함께하기 위해 '지금에서야, 죽음에 이르러서야' 위하는 척한다. 하지만 그러한 행위는 죽음을 앞둔 이를 더 괴롭히는 것임을 알아야만 한다. 죽음에 임박한 사람의 소원이 무엇인지 존중하고 들어줘야 한다는 걸 염두에 두고 더 이상 그들에게 무례한 짓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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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죽음은 모든 것을 바꿔 버린다. 당신이 무엇을 소유했든 이제 당신에게는 아무것도 속하지 않는다. 어떤 인간관계를 맺었든 그것도 다 끝나버린다. 어떤 권리와 의무도 다 사라진다. 그래서 누군가는 인생을 허망한 것, 잠깐 나들이 온 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찰나일 수 있는 삶.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소중한 것인데, 우리는 평생 살 것이라는 착각 때문에 살아가는 순간을 그저 그렇게 흘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어떤 형태로든 슬픔은 찾아오겠지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겁니다.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든 죽음이 그림자를 드리우겠지요. 그리고 그 때문에 삶의 아름다움은 더 강렬해집니다.' - p. 37


위의 내용에 따르면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삶은 더 아름답고 가치 있게 느낀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과 비교적 먼 우리 역시 평소에 죽는다는 것을 인지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삶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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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반드시 죽음을 준비하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 임박한 나 자신 그리고 내가 죽은 뒤에 나를 돌봐야 하는 의사, 장의사, 운구자, 가족, 친구들을 힘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준비에는 환자처분서, 사후 방식, 유언장 이 세 가지만 있으면 된다. 자신이 죽은 후의 관점에서 써야 한다. 모든 서류는 반드시 서면으로 적은 후 서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의 소원에 구속력이 생긴다.


<죽음의 에티켓>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독자들로 하여금 죽음의 순간을 상상하게 만드는 도서'라고 할 수 있겠다. 죽음은 아무리 학습한다고 해도 낯선 것이며 경험하더라도 기억될 수 없는 순간이다. 하지만 우리 삶의 끝맺음이기에 죽음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 모두는 '영원히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아간다. 하지만 진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죽는다는 것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에는 죽음과 맞닿는 시간이 더 임박해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이라는 생경한 것을 학습하고 준비해둬만 한다. 그래야 '잘 죽을 수 있다'.


잘 살아가는 것만큼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 자만이 생을 잘 살아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웰 다잉(Well-Dying)'을 위해서라면, 당하는 죽음이 아닌 '맞이하는 죽음'을 위한다면 공부하고 인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죽음에 대해 생각해온지 5년여 정도 됐다. 그러던 중 2년 전 외할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고 그것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삶이 바쁘고 즐겁다 보니 죽음을 잊는 시간이 길어졌다. <죽음의 에티켓>을 통해 다시 한 번 삶과 죽음에 대해 사색할 수 있었다.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학습을 원한다면, 생의 끝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책 속에서]


처음에는 거의 보이지 않다가, 엷고 붉은 반점이었다가, 곧 색이 짙어지고, 반점의 크기도 커지고, 푸르스름한 보라색 반점으로 나타납니다. 이걸 시반이라고 합니다. 시반이 나타나는 시점에서 죽음은 처음으로 확실하게 존재를 드러냅니다. 시반은 빠른 속도로 형성되는데, 죽음이 들어선 후 반 시간 만에 첫 반점들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동안 길들어졌던 시스템이 사라잡니다. - p. 106


사후경직은 모든 근육을 예외 없이 뻣뻣하게 합니다. 너무 강하면 망자가 이를 악문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주먹을 꼭 쥔다거나 발이 안으로 꼬여 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사후경직은 복잡한 과정이고,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변화가 합쳐진 과정입니다. 기온이 낮으면 더 천천히 진행됩니다. 날이 따뜻하면 빨리 진행됩니다. 그리고 죽는 순간 애를 많이 썼다면, 사후 경직이 더 빨리 옵니다. 대개는 사망 후 8시간에서 12시간 사이에 전체 몸으로 진행됩니다. - p. 120


몸의 지방은 액체화되어 기름이 되고, 조직을 끓여 버립니다. 육체를 다 태웁니다 뼈들은 시커멓게 그을립니다. 육체의 윤곽이 무너져 버립니다. 형태가 해체됩니다. 재와 잔해만이 다음 완전연소실로 들어갑니다. 거기서 다시 추가 연소실로 갑니다. 그 후에는 화장의 연기 가스마저 연소가 됩니다. 인간이 살아 있는 동안 모았던 모든 독성 물질이 화장을 통해 방출됩니다. 다이옥신, 퓨란, 흡연자의 경우에는 '더더욱'이라고 K가 말합니다. - p. 196


당신이 죽은 후 당신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의 수는 점점 줄어듭니다. 당신의 죽음에 동행하던 사람들, 무덤가에서 울던 사람들조차도.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을 품습니다. 죽음? 그건 늘 다른 사람의 죽음이었죠. 단 한 번도 자신의 죽음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죽습니다. 그리고 그들조차도 이젠 그게 언제인지 알고 있습니다. - p.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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