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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각자의 미식> 리뷰

강릉의 먹거리들을 좇다 발견한 미식의 참뜻

강릉을 사랑하는 조성규 감독의 <각자의 미식>을 봤다. 영화는 강릉의 맛집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게 된 '소은(박규리)'의 성장기를 다룬다.



강릉문화재단에 근무 중인 사회 초년생 소은은 서울에서 살아왔지만 강릉을 자신의 '소울 플레이스'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애정을 담아 강릉에서 취직했지만 입사 초기의 열정을 잃은데다 타지 생활의 힘겨움으로 퇴사를 고민한다. 사직서를 제출했지만 다큐멘터리 제작 임무는 완수해야만 하는 그녀는 음식 평론가 '김정중(임원희)', 강릉에 거주하는 영국 남자 '제이슨(영국인 영화 평론가 제이슨 베셔베이스)'과 함께 강릉 미식 여행을 시작한다.


촬영에 앞서 김정중은 소은에게 재단 직원들에게 강릉의 맛에 얽힌 사연을 담은 짧은 인터뷰 영상 제작을 요청한다. 이에 초당두부, 물회, 장칼국수, 망치매운탕, 서지초가뜰 한정식, 커피 등에 얽힌 '각자의 사연'들이 모인다. 김정중은 이 영상을 다큐멘터리에 삽입하자는 조언을 건넨다. 과연 그의 조언은 성공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우리는 알고 있다. 음식은 그 본연의 맛과 영양도 중요하지만 그에 얽힌 추억이 즐기는 시간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을. 그래서 수많은 음식점에서는 '추억의 맛'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손님의 향수를 자극한다. 음식을 먹는 동안 해당 음식에 얽힌 사연이 대화의 소재로 오르내리는 건 전혀 어색함이 없다. 그 흔한 떡볶이를 먹을 때도 우리는 "초등학생 시절에 먹던 떡볶이가 최고였다", "우리 엄마가 집에서 해주던 맛과 비슷하네", "난 쌀떡보다 밀떡! 쌀떡에는 양념장이 잘 안 배거든" 등을 경험(추억)을 회상하며 지금의 떡볶이 맛을 묘사하거나 미식 취향을 드러낸다.


이 추억을 떠올리는 미식 여행을 즐기는 동안 소은 역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영혼과 포부를 안고 가족, 연인을 두고 떠나온 강릉의 의미를 되새기며 뜻을 다짐한다.



<각자의 미식>은 미식의 뿌리는 추억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를 보며 '나의 강릉 최애식'에 대해 생각해봤다. 테라로사 커피, 초당순두부는 강릉에 들를 때마다 자연스럽게 마시고 먹는 것들이다. 심지어 강릉 안목해변 길거리에서 값싸게 파는 커피들도 맛이 기막히다. 물론 이 맛을 높여준 이유에도 추억이 서려 있으리라.


초당순두부는 강릉을 처음 찾았던 20대 중반부터 올해 여름에 들렀을 때도 즐겼던 음식이다. 강릉을 대표하는 초당순두부에서의 '초당'은 허난설헌, 허균 자매의 아버지인 허엽의 호에서 따온 것이다. 초당순두부거리 인근에 위치한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내 기념관에 들르면 초당두부의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짧게 설명하자면 허엽이 강릉에 살면서 만들었던 두부가 유명해지자 마을 이름과 거리에 '초당두부'를 넣기 시작했다. 초당두부는 콩물에 깨끗한 바닷물을 부어 만들어 부드럽고 깊은 맛이 특징이다. 개인적으로는 깊은 맛까지는 모르겠지만 부드러움은 확실하다고 평하고 싶다.


초당두부의 온전한 맛을 느껴보고 싶다면 아무런 간을 하지 않은 백반을 주문하면 되고, 그 외 조리법과 맛을 달리한 다양한 형태(짬뽕순두부, 전골, 찌개 등)로도 판매되고 있으니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된다.


강릉은 혼자 여행하기에도 낭만적인 곳이다. 작년 5월에는 평일에 훌쩍 기차를 타고 떠나 초당순두부를 먹고 순두부젤라또를 먹은 후 강문해변과 허균·허난설헌기념공원 일대를 찬찬히 산책했다. 커피를 놓칠 수 없어 테라로사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신 후 해 떨어지기 전에 서울로 향했다. 수도권 일대에 거주한다면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장소다. 마음이 답답해 시원한 동해바다를 보고 싶다면 강릉이 최적의 선택지 아니겠는가.



조성규 감독의 작품들 중에는 당장이라도 강릉으로 떠나고 싶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맛있는 인생>, <내가 고백을 하면>, <게스트하우스>가 그랬다. 여기에 <각자의 미식>도 추가됐다. 개인적으로 <내가 고백을 하면>은 감독의 연출작들 중 최애작이다. 조만간 다시 봐야겠다. 강릉으로 떠날 날을 고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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