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연애>는 제목만큼이나 보편적인 연애담을 그려낸 영화다. 이별의 아픔을 간직한 '썸 타는' 남녀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겪고 들어본 에피소드들로 뭉쳐 있다.
이 영화 속 사랑의 감정에는 달달함보다는 쓰라림의 비중이 크다. 서른 다섯의 남녀는 결혼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그러니까 연애에 통달한 현실적인 인물들이다. 파혼 당한 '재훈'과 전 남친의 바람기로 이별한 '선영'. 이들은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이기도 하다. 과감해서는 안 되는 관계, 그럼에도 끌리는 감정. 이 상황과 감정의 줄타기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들은 보는 이들에게 웃음과 공감을 선사한다. 연민이 들 만큼 지질한 장면들도 다수 등장한다.
그러니 솔로라면 사랑에 빠지게 할, 커플이라면 달달한 감정을 배가시켜줄 영화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현실 로맨스'다. 술 없으면 제정신으로 지낼 수 없는 남자의 '그 놈이 그 놈'이라며 진중한 사랑을 포기한 여자의 이야기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 둘의 관계는 삐걱대는 듯 보이지만 그러면서 정이 쌓여 가까워진다.
재훈과 선영은 그 어떤 연인보다도 다이내믹한 관계를 보여준다. 냉정과 냉전(열정 아님) 사이라 해도 좋을 만큼 건조하고도 전투적이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를 밀착시키는 매개체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술이다. 술의 묘한 매력은 관계를 가깝게 만들어주는 동시에 일어난 사건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잊게 만드는 힘이다. 그러니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다면 술자리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좋을 것. 대신 과하면 파(罷)한다.
정리하자면 <가장 보통의 연애>의 강점은 공감이다. 연애의 산전수전을 꽤나 겪은 관객이라면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것이다. 연애담 뿐만 아니라 직장 내 관계 스트레스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타인의 이야기를 훔쳐보는 건 흥미롭다. 나와 당신은 분명 <가장 보통의 연애> 속 에피소드들을 보며 웃어댔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막상 이 상황을 겪었을 때는 죽을 만큼 괴로웠었다. 영화를 보며 미친 듯이 웃었던 때가 있는데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괜한 죄책감 때문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랑은 늘 어렵다(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