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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행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성과 이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곳

서울역으로 들어가는 경의선 철로에 자리잡은 녹지공간 서소문역사공원. 이곳은 조선시대 400여 년 동안 '서소문 밖 네거리 처형지'로 쓰인 처형장이었다. 그래서 아픈 역사지다. 뿐만 아니라, 한때 근린공원으로 조성된 바 있지만 접근로가 차단되고 인근에 재활용쓰레기 처리장이 들어서면서 음지의 공간으로 전락했다.


서소문역사공원 일대는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등 사회개혁 세력들이 처형된 곳이다. 19세기에는 수많은 천주교인들이 순교했는데, 처형된 천주교인들 중 44인이 성인으로 추앙돼 국내 최대 천주교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이곳에 위치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음지의 공간이 빛을 발하게 된 것 역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들어서면서부터다. 실제로 관광지로 손색 없을 정도의 규모와 퀄리티를 자랑하는 곳이다. 역사공원 지하에 위치한 박물관은 지상의 우거진 녹지와 분리된 공간감을 자랑한다. 과거에 주차장으로 이용되던 공간을 리모델링했고, 규모는 지하 4층에서 지상 1층까지 총 5층 높이에 4만 6,000여㎡에 육박한다.



상설전시는 물론, 특별전시가 진행돼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도서관과 세미나실이 배치돼 있어 문화 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공간의 상당 부분은 적벽돌과 콘크리트로 만들어졌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그 이름에 걸맞게 '성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걸을 때마다 울려퍼지는 발걸음 소리 때문에 자연스레 조심스럽게 걷게 된다.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걸으면서 공간이 내뿜는 성스러움과 다양한 예술 작품들의 향연을 만끽하는 재미가 있다.



들어서면서부터 인테리어에 큰 공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공사비가 무려 880억 원이나 들었다고 한다. 여기에 카톨릭이 100억 원 이상의 비용을 투자했고, 현재 그들이 위탁받아 운영 중이다. 201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최우수상 수상은 건축미를 입증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감명받은 공간은 콘솔레이션홀과 하늘길이었다. 콘솔레이션홀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경건함을 느낄 수 있다. 종교와 자연의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면 수십분 앉아, 사면을 메우는 프로젝터 영상을 관람할 것을 권한다.



하늘길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돌로 만들어진 조각작품 때문. 한편, 좋아하는 박선기 작가의 숯 조형(모빌) 작품이 천장에 걸려있는 것 또한 이 공간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 이유들 중 하나다. 그의 작품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내, 외국인 관광객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천주교 순례객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이다. 실제로 내가 찾았을 때도 세대와 인종을 막론하고 많은 이들이 이곳만의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종교성 외에도 이 지역의 역사를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기에 학습 공간으로써도 훌륭하다.



한 마디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감성과 이성 모두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다. 특유의 분위기를 지닌 인테리어와 각종 전시 작품 감상을 통해 감성을, 다양한 기록들을 통해 지식을 쌓을 수 있다.


데이트 장소로도 손색 없는 이 공간. 하지만 매너는 지켜야 할 것.


현재 진행 중인 특별전시 '옻칠 나전-그 천년의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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