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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일드 <방랑의 미식가> 리뷰

은퇴 후 처음 느껴본 소확행

음식 일드를 좋아한다. 정갈하고 소박한 한 끼의 식사에 행복을 느끼는 캐릭터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평온해지기 때문이다. 이번에 보게 된 작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방랑의 미식가>다.



주인공 '다케시(다케나카 나오토)'는 육십 평생 샐러리맨으로 살아온 인물이다. 38년 간 근속하다 정년퇴직하게 된 그는 급변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매일 집 밖을 나선다.


이 드라마는 총 12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한 회 당 러닝타임은 30분 내외로, 몰아보기에도 좋다. 내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공감 요소가 많아서였다. 물론 나의 삶이 다케시와 동일하진 않지만,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제약된 삶에서 벗어난 캐릭터가 새롭게 경험해가는 소확행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상당한 공감을 느꼈다.



다케시의 삶에는 특별한 게 하나도 없다. 하지만 다케시 본인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특별한 경험이다. 고작 한낮의 맥주 한 잔 들이켜기, 가벼운 산책, 야외에 앉아 도시락 먹기 등이 전부다. 하지만 다케시는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을 느낀다.


한편, 다케시의 미식 여행은 성찰의 기회도 제공한다. 한 평생 아내와 외식을 하거나, 아내를 위한 선물 한 번 골라본 적 없는 다케시의 삶은 '참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다케시의 캐릭터는 변화를 두려워하고 용기가 부족한, 즉 소심한 유형이다. 그에게 용기를 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바로 다케시의 환상 속 인물인 '떠돌이 무사'다. 이 무사는 생각만 많은 다케시를 행동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방랑의 미식가>가 전하는 소확행에는 실패와 성공, 추억과 사랑 등 다양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음식 일드 특유의 소소함, 느림의 미학을 즐기는 취향이라면 시청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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