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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진지한데 신선하다!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이 놀라운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문신을 한 신부님>의 주인공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은 절도, 마약, 과실치사 등의 죄를 지어 소년원에 갇혔다 가석방되어 일을 하기 위해 발키에비치시에 있는 목공소로 향한다. 하지만 다니엘은 목공소로 향하던 중 머무르게 된 성당에서 얼떨결에 사제가 된다.



다니엘은 사제가 되기를 바랐다. 소년원 담당 사제인 '토마시 신부'와 돈독한 정을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과자는 사제가 될 수 없다'는 냉담한 말을 들은 그. 하지만 다니엘은 짧게나마 훔친 사제복 덕분에 사제가 된다. 소년원 미사에서 어깨너머로 배운 것들로 어설픈 성직자 역할을 해 나가는 그의 모습은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니엘은 범죄자다. 탐욕과 분노로 가득한 그가 성직자가 된 것은 아이러니 그 자체다. 하지만 인간은 그 누구도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한다면, 다니엘의 개과천선 스토리에 돌을 던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종교를 믿는 이유는 다양하다. 죄를 씻기 위해, 뿌리 박힌 본능인 이기와 탐욕, 분노 등을 다스리기 위해, 오직 신을 섬기고 사랑하는 마음 등으로 신을 만나러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원죄는 씻기지 않는다. 하물며, 우리가 굳게 믿고 있는 성직자들도 온갖 악한 마음과 죄를 안고 살아간다.


다니엘은 본의 아니게 성직자의 무게를 감내해간다. 한낱 욕망이 부른 대참사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예사다. 가장 큰 역경은 마을 전체의 문제로 퍼져 있는 집단 트라우마에 대면하면서부터 시작된다. 사건 해결에 골머리를 앓는 그는 정체가 탄로날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겪는다. 한 마디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그렇다면 다니엘의 참 모습은 무엇일까. 죄로 점철된 인간(죄인)과 신(神). 이 양면성 모두를 엿볼 수 있다. 다니엘의 몸에 새겨진 죄의 표상(문신)은 한 평생 다양한 사건사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인간의 모습을, 사제복을 입고 온갖 욕망을 억누르는 모습에서는 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를 통해 우리는 성스러움과 속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엔딩 씬이 이 메시지를 압축한다. 억눌렀던 욕망을 분출한 후 피투성이가 된 다니엘의 모습은 강렬함과 짙은 여운을 남긴다.



몇몇 유럽 영화들은 지나칠 정도로 현실을 극사실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음울, 그로테스크하다고 평가받는다. <문신을 한 신부님> 역시 밝은 작품은 아니다. 강대국 틈에 끼어 침략과 정복을 당했던 핍박의 국가 폴란드. 영화는 폴란드인들이 겪었던 시련과 고통, 그럼에도 찾고 싶었던 희망을 반영한다. 전쟁이라는 극악의 사건은 다니엘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폭력으로, 한 줄기 희망은 사제가 된 다니엘이 행하는 노력으로 표현됐다.


이 영화는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성체축일'이라는 제목으로 상영됐지만, 종교적 색이 짙은 탓에 <문신을 한 신부님>으로 개제(改題)해 개봉된다. 종교적인 색채가 배어 있지만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로, 종교인이 아니어도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진지하면서도 재미를 잃지 않은 <문신을 한 신부님>. 그 어디에서도 듣고 보지 못했던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관람을 권한다.


정식 개봉 전 CGV아트하우스, 롯데시네마 ‘2020 아카데미 기획전’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으며 개봉일은 2월 1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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