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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래빗>,
사랑스러운 전쟁영화의 탄생

상흔을 치유하는 힘은 사랑

역사는 변하지 않는다. 특히, 고통의 역사는 후세에까지 잔재로 남기 마련이다. 하지만 비극을 고통의 상흔으로만 취급할 순 없다. 과거의 비극으로 하여금 현재의 안위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 한편, 역사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우리의 미래는 역사(과거)의 답습과 창조의 혼합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전쟁은 세대를 막론한 최악의 사건이다. 하지만 영화 <조조 래빗>은 전쟁을 아프게만 그려내지 않는다. 영화는 차가운 상황 속에서도 휴머니즘과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조조 래빗>은 제2차 세계대전 말을 배경으로 한다. 열 살 소년 '조조'는 엄마 '로지'와 단 둘이 살아가고 있다. 나치에 푹 빠진 조조는 독일 소년단에 입단해 훈련을 받지만 '겁쟁이 토끼'로 놀림 받기 일쑤다. 하지만 조조에겐 힘이 되어주는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가 있다. 한편, 조조는 자신의 집 벽장 속에 몰래 숨어있던 소녀 '엘사'를 발견하게 되고 그때부터 내면의 동요가 일기 시작한다.



영화는 순수한 소년의 눈으로 광기의 시대를 묘사한다. 제2차 세계대전은 '잔혹' '끔찍' '흉측' 그 어떤 부정적인 단어를 갖다 붙여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영화는 음울하지 않다. 비극의 역사를 다뤄왔던 여느 작품들과는 달리 <조조 래빗>은 유쾌하고 사랑스럽다.


<조조 래빗>의 관람 포인트는 위트 넘치는 대사를 통한 풍자, 아이들만이 지닌 순수함이 전하는 엉뚱함이다. 뿐만 아니라, 다채로운 색감과 아기자기한 소품들의 향연은 보는 재미를 더했다. 한 마디로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다. 메가폰을 잡은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이 상상 속 히틀러 역을 직접 연기한 것, 스칼렛 요한슨이 다정하고도 강인한 엄마 로지 역을 맡은 것도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이 영화가 빛나는 이유는 휴머니즘 가득한 주제의식에 있다. 로지는 조조에게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강하거든"이라면서 사랑의 힘을 강조한다. 그 외에도 소년 조조의 순수함을 지켜주기 위한 주변인들의 노력은 소소한 감동을 전한다. 그렇다고 비극의 상황을 포장으로 덮으려고만 하지는 않았다. 나치, 학살 등을 풍자한 장면들도 다분히 등장한다.


영화의 백미는 엔딩 씬이다. 전쟁이 끝난 후, 평화로운 무대로 나오게 된 조조와 엘사는 비로소 자유를 느끼기 시작한다. 조심스럽게 시작되는 그들의 춤은 더 흥겨워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렇듯 <조조 래빗>은 비극 속에서도 희망은 싹틀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다. 더하여, 상흔을 치유하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랑이라는 것도 확인시켜준다.


<조조 래빗>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 및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다.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수상으로 상업성을 입증했고, 전미 비평가협회 선정 올해의 영화 TOP 10으로 꼽혀 작품성까지 인정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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