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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카페 소스페소: 모두를 위한 커피>

커피의 순기능


<카페 소스페소: 모두를 위한 커피>는 커피의 순기능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커피의 힘을 보여준다.


커피는 어떠한 기능들을 갖고 있을까. 먼저, 사회적 기능이다.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사람들을 모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 타인에게 "커피 한 잔 하자"는 말을 건네는 것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공유하자는 의미와 같다. "나폴리에서 커피는 특별한 음료로, 사회와의 수단이다. 커피를 나누는 과정을 통해 사람들과 어울린다."


소설가에게 커피가 있는 공간인 카페는 글감이 되기도 한다. 한 소설가는 카페에서 지켜본 사람들을 소설 속 캐릭터로 설정해 작품을 완성해냈다.


커피는 사회성 뿐만 아니라 개인에게도 의미 있는 음료다. 마법 같은 커피향은 하루를 열어주는 동시에, 사색 등 혼자만의 시간에 활력을 더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을 마시는 행위와도 같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한 여성은 매일 아버지가 만든 머신으로 커피를 내려 마심으로써 아버지와의 추억도 들이켠다. 그녀에게 있어 커피는 가족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메시지는 커피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목이 '카페 소스페소'로 정해진 것이다. '소스페소(sospeso)'란 '연기된' 미루어진' '미정' 등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다. 카페 소스페소는 카페를 찾은 손님이 아무도 커피를 사주지 않고 커피를 가 마실 여력이 없는 익명의 사람들을 위해 커피 한 잔의 값을 더 계산하는 활동이다.



"누구도 커피 마시는 걸 금지당해서는 안 돼요. 가장 가난한 사람이라도요. 이는 자선 기관 설립과 이른바 커피를 통한 연대 기관 설립으로 이어졌죠. 카페에 가서 주문을 합니다. 마신 다음 두 잔 값을 계산하는 겁니다. 즉, '카페 소스페소'를 남기면 누가 될지 모르는 타인이 마시게 되는 거죠. 커피를 주기로 결정하는 건 바리스타입니다. 사실 받는 사람은 누가 커피를 남겼는지 모르고 반대로 남기는 사람은 누가 받을지 모르죠. 연대 행위입니다."


이렇듯 커피를 나누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따뜻한 포옹과도 같다. '커피는 잔에 담긴 포옹이다'라는 말을 입증하는 카페 소스페소는 돈 이상의 가치를 전하는 기분 좋은 활동이다.


이 외에도 이탈리아에는 모두를 위한 커피 문화가 존재한다. 스쿠니치(길거리에서 먹고사는 아이들)가 착한 심성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기간인 '스쿠니치 협회'는 피자·디저트·커피 가게 등 각종 교정 시설과 연계해 스쿠니치에게 장사를 가르침으로써 사회 복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작품에는 억울한 누명으로 형에 처했는데, 스쿠니치 협회의 도움으로 피자와 커피 만드는 기술을 배워 가장의 몫을 해가고 있는 청년의 사례가 등장한다.


우리나라에도 커피 애호가들이 많다. 커피를 즐기지 않더라도 카페에서 음료를 마시며 사회, 사교 활동을 즐기는 문화가 자리 잡은 지 꽤 됐다. 하지만 소스페소 문화는 익숙하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은 '여유'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커피 한 잔이 '로망' 혹은 '사치'일 수 있다. <카페 소스페소: 모두를 위한 커피>는 이 점을 자각하게 만듦으로써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교훈을 지닌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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